일상적 삶

시간의 점

지오블루

또 하루가 이렇게 저문다. 눈부시도록 찬란한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벤치에 앉아 조용히 사색에 잠겨 보낸 순간들이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가장 유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의 한 점으로 기억될 수 있다. 은은한 물빛으로 빛나고 있는 바닷가를 저 멀리 ...

파란 장미의 꽃말을 아시나요?

지오블루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더라?” 아주 뜬금없이 이런 새삼스러운 질문을 던지게 될 때가 있다. 그동안 전혀 의식하지 못하다 문득 우리 관계의 기원과 역사가 궁금해지는 순간. 너무 오랫동안 당연시되던 관계가 새롭게 인식되는 그런 순간 말이다. ‘통역대학원’이라는 매개로 친구가 ...

선택과 책임, 그 행복의 무게에 대하여.

지오블루

1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3월부터 출근 시작한 며눌님의 생일이었다. 이제 곱절로 고단해질 워킹맘 아내를 위해 어린 신랑은 한 달 전부터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더랬다. 이날 지유 좀 봐달라는 아들에게 그러마 했고 그날이 왔다.  이왕이면 온전한 하루를 선물할 양으로 ...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제발…”

지오블루

여느 때처럼 아침 뉴스를 들으며 커피를 내리는데 앵커의 날짜 멘트가 내 맘에 탁 걸렸다. 가만있자. 이 날짜가 왜 이리 각별한 거지? 생각해보니 바로 4년 전 이날 우리 혀기와 미니가 결혼을 했다. 그렇구나. 애들의 결혼기념일이네. 아들에게 ...

“학교 가는 게 젤 좋았어요.”

지오블루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입덧이 심해서 아무것도 못 먹는 며느리가 전에 내가 해줬던 시래기 된장국만 먹고 싶단다. 고뤠? 그럼 당장 끓여야지. 점심 먹으러 오라고 큰소리를 쳐놓고는 달랑 시래깃국만 내놓기 뭐해서 집 앞 마트까지 빛의 속도로 다녀왔다. ...

“내 나이 쉰에 할머니라니…”

지오블루

고3 아들의 대학원서 쓰는 시기였다. 그때도 워킹맘으로 살아가던 나는 큰애가 고3이 되도록 학교 방문한 게 다섯 손가락도 채 안될 정도로 삶이 늘 바빴다. 아이들은 어쩌면 지들이 알아서 잘 커준 건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들이 나는 참 ...

나의 새 친구, 묵동에게

지오블루

묵동, 안녕! 난 얼마 전에 여기 묵동으로 이사온 지오라고 해. 그 말인즉슨 이젠 나도 엄연한 중랑구 구민이라는 얘기지. 만나서 반가워~ 앞으로 잘 지내보자. 참, 네 이름, ‘묵동(墨洞)’말야. 문방사우(文房四友)의 하나인 ‘먹(墨)’을 이곳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지? ...

엄마로 산다는 것.

지오블루

햇살이 참 좋은 오후였다. 논문 마감을 맞추느라 전쟁 같았던 지난 한 달여의 시간을 지나 오랜만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찾은 교정. 나무벤치에 앉아 여기저기 무심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조금씩 섬세하게 변하고 있는 초록 세상. 나무 위의 초록은 다양한 ...

나다운 것을 찾아서

지오블루

지난날을 돌아보니 여럿이서 모여 뭔가를 결정할 때 내 의견을 관철시켰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식사 메뉴를 정할 때도 만날 장소를 정할 때도 나는 늘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편이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조용히 존재감 ...

또 다시 보통의 나날들

지오블루

오늘은 가차 없이 어제로 떠밀려가고 내일은 한결같이 오늘을 기다린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길들여져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지루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나 역시도 비를 기다리는 날들이 늘어간다. 나의 기분도 자연스레 외로움에 지친 우울모드다.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