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삶

엄마로 산다는 것.

지오블루

햇살이 참 좋은 오후였다. 논문 마감을 맞추느라 전쟁 같았던 지난 한 달여의 시간을 지나 오랜만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찾은 교정. 나무벤치에 앉아 여기저기 무심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조금씩 섬세하게 변하고 있는 초록 세상. 나무 위의 초록은 다양한 ...

나다운 것을 찾아서

지오블루

지난날을 돌아보니 여럿이서 모여 뭔가를 결정할 때 내 의견을 관철시켰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식사 메뉴를 정할 때도 만날 장소를 정할 때도 나는 늘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편이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조용히 존재감 ...

또 다시 보통의 나날들

지오블루

오늘은 가차 없이 어제로 떠밀려가고 내일은 한결같이 오늘을 기다린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길들여져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지루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나 역시도 비를 기다리는 날들이 늘어간다. 나의 기분도 자연스레 외로움에 지친 우울모드다.  나는 ...

내 안의 불안에게 말 걸기

지오블루

아침에 눈을 뜨니 강렬한 불안이 엄습해왔다. 그새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온 침대를 뒤덮고 있는 그 쨍한 햇볕에 지레 겁먹은 것일까. 내 핏줄 속에 거친 소금기가 뿌려진 듯 뭔지 모를 찜찜함으로 그렇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 ...

재석이 만나러 가는 길

지오블루

우리 동네에 마실 나가면 꼭 만나는 얼굴이 있다. 어수선한 골목길을 걷다보면 사우나 빌딩 앞에서 늘 어슬렁대는 친구가 있다. 어느새 녀석은 내가 늘 궁금해서 일부러 찾아가는 대상이 됐다. 밥 먹는 뒷모습만 보다 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

죽는다는 것…

지오블루

이번 토론수업에서 학생들이 정한 주제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였다. 덕분에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밀도 있게 이루어졌다. 다양한 관련 지식의 토대 위에서 죽음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나는 이렇게 늘 학생들에게 ‘배움의 빚’을 ...

축구와 양자물리학

지오블루

엄마로 산다는 것~ 우리 둘째는 축구를 했던 아이다. 그 아이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축구를 시작했을 때 나도 축구 공부를 시작했다. 그전까지 세상 이해할 수 없는 게 90분 동안 네모난 초록 사각형 안에 장정 22명이 모여 그 ...

그녀는 멋졌다.

지오블루

참 괜찮은 그녀에 홀릭! 철학서를 이렇게만 재밌게 쓴다면 철학하겠다는 사람이 엄청 늘 것도 같다. 책을 잡은 뒤 당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마법에 걸린 게 분명하다. ‘웃음이 동반되지 않은 진리는 진짜 진리라 할 수 없다 ...

관계의 법칙

지오블루

어느 날 오후, 어딘가를 바삐 걸어가던 나는 빨간불에 발이 묶여 횡단보도 앞에 서있었다. 초록불로 나를 호위하지 않는 야속한 신호등만 타박하면서… 여우비가 온 끝이라 아스팔트 타르의 검은빛이 유난히 또렷하다. 끓어오르는 지열 때문에 소나기가 지나간 아스팔트에는 수증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 위로 부서지던 햇빛 사이로 옷고름 같은 무지개가 살짝 걸렸다 사라졌다. 겨우 1분여 남짓한 시간 동안 내 시선 끝에 걸린 풍경, 그리고 그로 인해 남은 단상이 나를 통해 응축된 그 장면은 그렇게 내 기억 속에 콕 박혔다. 그리고 또 다른 어느 날 오후, 이런저런 소소한 근심들로 인해 마음이 짓눌린 채 멍하니 앉아있을 때, 그 장면이 홀연히 나에게 돌아왔다. 당장 처리해야 할 그 많은 일들을 밀쳐내고 의식 저 밑바닥으로부터 침투해 들어오고 있었다. 그 무지개는 뒤죽박죽 정리되지 않은 생각의 편린들을 바라보고 객관화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찬란하게 부서지던 무지개를 떠올리던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끈덕지게 달라붙어있던 근심조차도 나를 공격하지 못하고 침묵해야만 했다(알랭 드 보통이 말했던 시간의 점이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지오블루

작년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토론 수업으로 진행했었다. 무엇보다도 의미 있었던 건 토론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학생들과 함께 실천에 옮겼다는 점이다(정말??). 좌장을 중심으로 학생들 스스로 주제 잡고 찬반토론을 한 후에는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쓰기로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