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작년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토론 수업으로 진행했었다. 무엇보다도 의미 있었던 건 토론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학생들과 함께 실천에 옮겼다는 점이다(정말??). 좌장을 중심으로 학생들 스스로 주제 잡고 찬반토론을 한 후에는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쓰기로 생각 정리. 옵서버로 참관한 나의 총평과 보충강의로 마무리하는 방식이었다. 학생들의 준비성과 토론 과정에서 보여준 진지함을 보며 미래가 밝다는 생각에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모든 걸 자율에 맡기면서 내가 학생들에게 부탁한 유일한 원칙은 참고자료 출처 확인 작업이었다. 가짜 뉴스의 홍수 속에서 텍스트의 진실성과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독해력이 필수고, 글쓴이의 스탠스 파악이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학기말로 갈수록 자료 선별 수준이 일취월장하는 게 보였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그러다 환경에 관한 다큐 [비포 더 플러드]를 보았다. 학생들과 공유해야겠다 싶어 토론 주제를 ‘환경문제’로 잡았다. 다큐를 다 보고 난 우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인간이 잘못 살아온 벌을 고스란히 떠안고 너무 아픈 지구에게 미안했기에. 

기후위기를 실감한 우리는 생활 속 환경보호활동을 리스트업하고 아이디어를 냈다. 그날부터 곧바로 실천하기로 약속했다. 텀블러, 친환경 음식물 쓰레기봉투, 험블 브러시 사용 등등…

나는 그날 이후 거의 1년 동안 쇠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단 나부터 실천하고 싶어져서다(진짜??).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닭의 10배 정도이고 환경오염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식물성 단백질의 60배 이상이란다. 지구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자원이라는 쇠고기를 아예 안 먹고 살 수는 없겠지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점진적이나마 소비 감축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달 전쯤 지인으로부터 점심식사 초대를 받았다. 넓고 쾌적한 식당에서 최상급 쇠고기가 눈앞에서 지글지글. 나는 오랜만에 식욕을 찾았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뭔가 찜찜한 게 기분이 이상했다. 고개를 갸웃하던 내 입에서 튀어나온 한 마디. “맞다. 나 쇠고기 안 먹는데. 왜 먹었지?ㅠ” 내 옆 선배가 그런다. “네 몸이 원하는 거야. 조금씩은 먹어.” 그래도 마음속으로 다시 다짐했다. ‘다신 이런 일 없을 거야. 오늘은 너무 배고팠던 거야. 그랬던 거야.’ 과연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ㅠㅠ

쇠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피식 웃음이 났다. 최근 역대 최장 장마를 경험해 보니 나의 이토록 나약한 의지라도 보태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싶어 진심으로 두렵다. 그래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본능에 지는 날들에도 불구하고 나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