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_과유불급過猶不及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우리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에 속한다. 이 성어를 이루는 한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날 과(過), 오히려 유(猶), 아니 불(不), 미칠 급(及)’ 이 네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이 표현을 ‘지나침(過)은 오히려(猶) 모자람에 미치지 못한다(不及)’는 의미로 알고 있으리라. 하지만 이 고사의 출전인 논어(論語)에서 공자님이 하신 말씀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럼,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보자. 어느 … Read more

‘배움’에 관한 인문학

불확정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우리 안에 내재하고 있는 이 불안이 무지(無知)에서 온다고 본다면, 그 무지의 상태에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도 성립될 수 있을 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의 결과로서, 앎(知)의 확장은 자유의 획득인 동시에 무지(無知)의 확장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것이 바로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말의 … Read more

전영애의 <시인의 집>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말이다. 《파우스트》 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한국의 괴테 전문가 전영애 서울대 명예 교수다. 몇 년 전, 나는 <시인의 집>을 통해 선생님을 만났더랬다. 이 책은 혹독한 삶 속에서 지독한 자기반성과 예민한 감각으로 시를 써내려간 시인의 집을 따라가며 기록한 에세이다. 《시인의 집》을 다 읽은 날 … Read more

음악은 타임머신이 되어…

불안과 걱정 잠시 묻어 두고 오랜만에 내 안에서 고요하게 머무는 여명의 새벽. 어젯밤 잠자리에 들 때 플레이되기 시작해 아직까지도 차분하게 내 귓전에 스미는 막스 리히터의 8시간짜리 자장가. 서늘하면서도 서정적인, 거기에 전자음의 몽환적인 음형과 가사 없는 여성 보컬이 어우러지며 편안한 쉼터가 되어준다. 이 음악은 웅크리고 옆으로 누운 채 들어야 맛이라나(아기처럼??). 음악은 풍경처럼 색다른 사색의 공간으로 나를 … Read more

아빠가 그리운 밤에~

어릴 적 내 손 꼬~옥 잡고 걸어주시던 아빠가 정말 좋았다. 겨울만 되면 얼음처럼 꽁꽁 얼어버리는 내 손을 호호 불어 온기를 더해주시곤 했던 아빠. 그걸로 부족하다 싶으시면 당신의 그 따뜻한 두 손으로 내 작은 손을 비벼 녹여주시곤 했다. 유난히 추위를 탔던 나는 차가운 내 손발이 너무 싫었다. 모두가 따숩다고 추천하는 그 좋은 장갑을 다 껴봐도 소용없었다. … Read more

매일매일 좋을 순 없어. 그런데…

늘 뭔가 잃어버린 듯한 허전함을 안고 살아간다. 분명 나는 예전엔 내 곁에 있던 것들을 아주 많이 잃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빈자리에 애써 무심한 척 그렇게 살아내는 중이다. 순간순간 날아드는 상실감인지 공허함인지 모를 감정의 파편들이 나를 아프게 한다. 그렇게 내 안에 침잠하는 슬픔이 내 일부가 된 지 오래다.  그런 일상의 반복 속에서 또 아침을 맞았다. 부지런한 … Read more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

시에라리온의 별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이라는 이름을 한비야의 책에서 봤던 기억이 있다. 분명 읽을 당시에도 그 작은 나라의 슬픈 운명에 한숨 지며 마음 아파했으리라. 한국의 3분의 2 정도 되는 땅덩이에서 인구 5백만 명이 살고 있는 이 자그마한 나라가 제대로 내 마음속으로 들어온 건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통해서다.   한창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 영화를 찾아보던 때였다. 어쩔 수 … Read more

영화 “무문서동(無問西東)”

실천적 지성으로서의 진리 참 괜찮은 중국 영화 한 편을 만났다.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았다니(한국어 자막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 좋은 영화를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중국어 제목은 “무문서동(無問西東:동서를 묻지 않는다)”인데 ‘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정도로 번역하면 되려나. 베이징대와 더불어 중국 대학의 양대 산맥인 칭화대의 역사를 담은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다. 2010년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마오쩌둥의 시대 1962년, 항일시기 1938년, 또 … Read more

영화 <스윗 프랑세즈>

나약한 인간의 끝없는 갈망 프랑스가 독일군에게 무참하게 짓밟힌 2차 세계대전 초반을 배경으로 한 영화 [스윗 프랑세즈]는 2015년 공개된 영화다. 이렌 네미로브스키의 소설 《프랑스풍 스위트》를 원작으로 한다. 네미로프스키는 유럽의 부유한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나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녀는 사후 반세기가 지나서야 《프랑스풍 스위트》 원고가 발견되면서 재조명되기 시작한 작가다. 《프랑스풍 스위트》는 나치의 프랑스 점령 당시 쓰인 책으로 … Read more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나를 파괴할 권리 가을이 되니 문득 브람스의 음악이 듣고 싶어 졌다. 가을날의 고독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곡이지 않은가. 생각이 나는 건 당연할 터. 그래서 월요일 저녁시간 무한 반복해서 듣는 중이다. 특히 다소 우울감을 주지만 부드러운 악상으로 브람스 특유의 중후함을 느낄 수 있는 교향곡 제3번 3악장을 들으면 반드시 세트로 떠오르는 책이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모르는 것은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