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삶

또 다시 보통의 나날들

지오블루

오늘은 가차 없이 어제로 떠밀려가고 내일은 한결같이 오늘을 기다린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길들여져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지루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나 역시도 비를 기다리는 날들이 늘어간다. 나의 기분도 자연스레 외로움에 지친 우울모드다.  나는 ...

내 안의 불안에게 말 걸기

지오블루

아침에 눈을 뜨니 강렬한 불안이 엄습해왔다. 그새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온 침대를 뒤덮고 있는 그 쨍한 햇볕에 지레 겁먹은 것일까. 내 핏줄 속에 거친 소금기가 뿌려진 듯 뭔지 모를 찜찜함으로 그렇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 ...

재석이 만나러 가는 길

지오블루

우리 동네에 마실 나가면 꼭 만나는 얼굴이 있다. 어수선한 골목길을 걷다보면 사우나 빌딩 앞에서 늘 어슬렁대는 친구가 있다. 어느새 녀석은 내가 늘 궁금해서 일부러 찾아가는 대상이 됐다. 밥 먹는 뒷모습만 보다 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

죽는다는 것…

지오블루

이번 토론수업에서 학생들이 정한 주제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였다. 덕분에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밀도 있게 이루어졌다. 다양한 관련 지식의 토대 위에서 죽음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나는 이렇게 늘 학생들에게 ‘배움의 빚’을 ...

축구와 양자물리학

지오블루

엄마로 산다는 것~ 우리 둘째는 축구를 했던 아이다. 그 아이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축구를 시작했을 때 나도 축구 공부를 시작했다. 그전까지 세상 이해할 수 없는 게 90분 동안 네모난 초록 사각형 안에 장정 22명이 모여 그 ...

그녀는 멋졌다.

지오블루

참 괜찮은 그녀에 홀릭! 철학서를 이렇게만 재밌게 쓴다면 철학하겠다는 사람이 엄청 늘 것도 같다. 책을 잡은 뒤 당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마법에 걸린 게 분명하다. ‘웃음이 동반되지 않은 진리는 진짜 진리라 할 수 없다 ...

관계의 법칙

지오블루

어느 날 오후, 어딘가를 바삐 걸어가던 나는 빨간불에 발이 묶여 횡단보도 앞에 서있었다. 초록불로 나를 호위하지 않는 야속한 신호등만 타박하면서… 여우비가 온 끝이라 아스팔트 타르의 검은빛이 유난히 또렷하다. 끓어오르는 지열 때문에 소나기가 지나간 아스팔트에는 수증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 위로 부서지던 햇빛 사이로 옷고름 같은 무지개가 살짝 걸렸다 사라졌다. 겨우 1분여 남짓한 시간 동안 내 시선 끝에 걸린 풍경, 그리고 그로 인해 남은 단상이 나를 통해 응축된 그 장면은 그렇게 내 기억 속에 콕 박혔다. 그리고 또 다른 어느 날 오후, 이런저런 소소한 근심들로 인해 마음이 짓눌린 채 멍하니 앉아있을 때, 그 장면이 홀연히 나에게 돌아왔다. 당장 처리해야 할 그 많은 일들을 밀쳐내고 의식 저 밑바닥으로부터 침투해 들어오고 있었다. 그 무지개는 뒤죽박죽 정리되지 않은 생각의 편린들을 바라보고 객관화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찬란하게 부서지던 무지개를 떠올리던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끈덕지게 달라붙어있던 근심조차도 나를 공격하지 못하고 침묵해야만 했다(알랭 드 보통이 말했던 시간의 점이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지오블루

작년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토론 수업으로 진행했었다. 무엇보다도 의미 있었던 건 토론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학생들과 함께 실천에 옮겼다는 점이다(정말??). 좌장을 중심으로 학생들 스스로 주제 잡고 찬반토론을 한 후에는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쓰기로 생각 ...

고흐의 <낡은 신발 한 켤레>

지오블루

아주 오래전 미술관에 전시된 것을 찍은 거라며 지인이 보내주신 사진 한 장. 수도 없이 많은 닳아빠진 신발들이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정말 신발만 가득한 사진이었다. 저 신발로 몇 채의 빌딩이 올라갔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하셨다고.  ...

낙타도 한 번쯤은 뛰었으면 좋겠다

지오블루

애틋하지 않은 생명체가 어디 있을까마는 유독 낙타를 보면 가슴이 아릿하다. 별님인지 슬픔인지 가득 담은 큰 눈망울은 언제나 눈물겹다.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을 걷는 그 높고 굴곡진 등이 가벼워질 새 없는 녀석의 고단한 운명이 애처로워서 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