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그리운 밤에~

어릴 적 내 손 꼬~옥 잡고 걸어주시던 아빠가 정말 좋았다. 겨울만 되면 얼음처럼 꽁꽁 얼어버리는 내 손을 호호 불어 온기를 더해주시곤 했던 아빠. 그걸로 부족하다 싶으시면 당신의 그 따뜻한 두 손으로 내 작은 손을 비벼 녹여주시곤 했다. 유난히 추위를 탔던 나는 차가운 내 손발이 너무 싫었다. 모두가 따숩다고 추천하는 그 좋은 장갑을 다 껴봐도 소용없었다. 나중에 혈액순환이 잘 안돼서 그렇게 손발이 차다는 걸 아신 부모님은 한약도 많이 해주셨지만, 내 손은 지금도 여전히 얼음이다. 

“아빠, 내 손이랑 발은 왜 이렇게 차?”

내 손을 따뜻하게 만드느라 열심이신 아빠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어린 나는 이렇게 묻곤 했었다.

“음….그건 말야. 우리 딸 마음이 따뜻해서야. 원래 손이 차가운 사람이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사람이거든. 우리 딸은 마음이 너무 따뜻해서 손까지 따뜻할 필요가 없는 거지.”

나를 달래느라 하신 말씀인 걸 알 턱이 없는 철부지는 아빠의 그 말씀에 괜시리 고개를 뻣뻣이 세우게 되고 어깨도 으쓱하게 되더라. 마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 지를 아는 것 마냥… 그 어린 마음에도 그게 뭔지 잘은 몰라도 따뜻한 사람이고는 싶었나 보다. 칭찬받은 것처럼 좋아하는 나를 보시던 아빠는 이젠 아예 내 손을 아빠 호주머니에 쑥 집어넣으신다. 그러면 나는 더 신이 나서 아빠와 발을 맞춰 큰 걸음으로 걷기도 하고 달음박질을 하기도 했다. 그 기억이 얼마나 포근했던지… 

그 뿐이랴. 가족들이 옹기종기 아랫목에 이불 덮고 앉아 TV라도 볼라치면, 이불속에서 혹시라도 내 발과 닿기라도 할까봐 모두가 도망가기 바빴다. 유일하게 그 차가운 발을 꼭 끌어안고 따뜻하게 품어주셨던 우리 아빠. 나는 그게 아빠의 사랑이라 느끼며 자랐다. 그렇게 듬뿍듬뿍 퍼주시던 아빠의 그 넘치는 사랑으로 나의 어린 시절은 늘 그렇게 충만했었다. 그렇게 다정다감했던 아빠의 마음을 닮고 싶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일 게다. 추운 겨울날 홀로 길을 걷다가도 무심코 한 번씩 내 옆자리를 돌아보게 되는 것은…

지금 문득… 모두가 함께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을 꿈 꿀 수 있게 만들어주신 아빠가 그립다. 전화를 걸어 안부를 여쭐 때마다 이제 기운이 없어 집안에만 계신다고 답하시는 우리 아빠. 오랜만에 아빠랑 손을 잡고 이 옅은 가을 속을 걸어보고 싶다. 추운 겨울이 아니면 어떠랴. 내 옆에서 나랑 같이 나란히 걸어가는 아빠만 계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