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차_문일지십聞一知十

며칠 전, 아는 교수님 방에서 얘길 나누고 있는데, 한 학생이 들어왔다. 교수님의 지도학생이란다. 우리의 대화는 잠시 멈춤, 저이 둘의 대화가 빈 공간을 대신한다. 교수님이 뭔가를 얘기하면 학생이 곧바로 대답을 참 잘하는 거다. 오호, 저 친구! 참 똑똑하네. 이런 생각을 나도 막 하던 참인데, 교수님이 흐뭇한 미소와 함께 한 마디 던진다. ‘문일지십이네.’ 

근데, 그 친구 표정이 이상하다. 방금까지 그 말 잘하던 녀석이 가만히 있다. 하하. 칭찬을 이해 못한 거다. ‘문일지십(聞一知十)’을 처음 들었다고. 그제야 쑥스러워하는 친구를 위해 내가 교수님께 한 마디 했다. 

“교수님이 잘못하셨네. 왜 어려운 말은 쓰셔가지구.”

그래서 오늘의 성어는 문일지십(聞一知十)이다. 하나를 들으면 열을 미루어 안다는 뜻으로, 총명하고 영특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 말이다. 이렇게 나의 일상에서 그때그때 글 소재가 자연스럽게 나에게 오는 이 특별한 경험이 참 좋다. 교수님이 오늘 글감 줬으니 밥을 사라신다. 물론입죠. 하하. 밥 사는 게 어디 대술까요? 얼마든지 사겠나이다. 

자, 그럼 그 똑똑한 친구를 당황시켰던 사자성어, 문일지십(聞一知十)을 파헤쳐 보자구요.

들을 문(聞), 한 일(一), 알 지(知), 열 십(十)

자, 보시라. 이 한자들 중 어려운 글자가 있는 지를. 너무 간단한 기본 한자들의 조합이다. 이렇게 뜯어보면 쉬운데, 합쳐진 덩어리로 들으면 ‘뭐지?’ 싶은 거다. ‘문일(聞一)’은 ‘하나를 듣다’요, ‘지십(知十)’은 ‘열을 알다’니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는 뜻이 될 터. 이 말은 충분히 응용 가능하겠다. 하나를 들으면 둘을, 셋을, 백을 안다고도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말은 어디서 나오느냐? <논어(論語)>의 ‘공야장(公冶長)’편에서 공자가 그의 제자 자공(子貢)과 대화하는 도중에 나오는 말이다. 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배경 설명이 좀 필요할 듯하다. 공자의 제자가 정말 많으니, 각각의 그릇의 크기가 다 다를 터. 공자가 가장 사랑했던 제자를 꼽으라면, 안회(顏回)일 테다. 공자는 그를 인자(仁者)라 하지 않았던가. 또 한 명의 귀한 그릇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제자 자공은 지자(知者)였으니, 그는 안회에 비하면 자신이 많이 부족함을 익히 알고 있었더라.

그런데, 스승이 대뜸 지자(知者)인 스스로를 인자(仁者)인 안회((顏回)와 비교해서 누가 낫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게 아닌가? 공자님도 참 가혹하시다. 비교에는 반드시 기준이 있어야 하는 법. 여기서 공자가 누가 나은 지 묻는 척도는 바로 인(仁)이렷다. 즉 누가 어지냐고 묻고 있는 거다. 

이 질문에 자공은 자신이 어찌 안회와 비슷하기를 바랄 수 있겠냔다. 캬~ 너무 겸손하잖아,  그대!! 그리고 또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사람이고 자신은 둘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역쉬, 자공!! 그는 적어도 자신의 한계를 비롯해 사람은 볼 줄 아는 지자(知者)가 맞더라. ‘인(仁)’의 측면에서야 그렇지 다른 데서 자공이 안회보다 더 나은 점이 왜 없으랴. 이때, 공자님은 자공이 안회만큼 되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대목을 아주 높이 평가하시었다. 

공자님은 이렇게 늘 제자들에게 앎에 대한 얘기를 참 많이 했더랬다. 그렇다면 진정한 앎이란 뭘까. 그건 바로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다. 결국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보라는 의미일 게다. 이것이 바로 공자님이 일깨워준 ‘안다는 것’의 의미가 아니던가. 

오늘 ‘문일지십(聞一知十)’을 다시 읽다보니 자공이라는 인물이 새롭게 보이더라.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아는 사람만이 ‘남을 아는’ 지인(知人)도 가능하리라. 그러니 안회가 어진 사람임을 분명히 알아본 자공이 너무 멋져 보이는 거다. ‘지인(知人)’ 얘기가 나왔으니, 그럼 공자가 지인(知人)의 문제를 불혹(不惑)과 연결지은 부분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 해야겠다. 불혹(不惑)에 대한 얘기만도 할 게 한 가득이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사람을 볼 줄 아는 자(知者)는 불혹하고, 어진 사람(仁者)은 근심하지 않고, 용기를 가진 사람(勇者)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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