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차_조삼모사朝三暮四 

조삼모사(朝三暮四), 이 성어는 너무 유명해서 아마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지 싶다. 어쩌면 그래서 더 많은 얘기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에 오늘의 성어로 골라보았다. 

아침 조(朝), 석 삼(三), 저녁 모(暮), 넉 사(四)

일단 한자풀이 먼저 해보자면, 조삼(朝三)이란 아침 조(朝)에 석 삼(三)이니 당연히 ‘아침에 셋’이겠다. 모사(暮四)는 저녁 모(暮)에 넉 사((四)니 ‘저녁에 넷’이 되겠고. 그럼 이게 무슨 말인고? 일단 사전 상에는 ‘원숭이에게 아침에는 세 개, 저녁에는 네 개의 도토리를 줌, 즉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고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아는 어리석음을 가리킴’으로 나와 있을 게다. 

그럼, 이제 <장자(莊子)>의 ‘제물론’편에는 어떤 얘기가 나오는지 보자. 중국 전국 시대 송(宋) 땅에(우리가 잘 아는 그 송(宋)나라 아님!!)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햐~ 이름의 한자가 ‘원숭이 저(狙)’니까 ‘원숭이아저씨’렷다(??). 이 이름에 걸맞게 그는 정말 원숭이를 기르고 있었노니. 

어느 날, 그 많은 원숭이들을 다 먹이려다보니 먹이 부족 사태가 발생했네? 이를 어쩐다. 고민하던 저공은 먹이를 아침에는 3개만 주고 저녁에는 4개를 주었단다. 그래서 ‘조삼모사(朝三暮四)! 그랬더니 원숭이들이 승질을 내더란다. 녀석들의 화를 가라앉힐 방법을 찾던 저공이 이번엔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줘봤단다. 이번엔 조사모삼(朝四暮三)이렷다. 근데, 어라? 녀석들이 이제 좋댄다. 이건 뭐지? ㅎㅎ 조삼모사는 바로 이 황당하지만 쫌 귀여운(? ㅎㅎ) 고사에서 유래했다. 

뭐가 달라진 거지? 원숭이들의 화가 풀린 이유는 대체 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조삼모사의 교훈이 나온 거다. 한편으론 사건의 본질이 하나임을 깨닫지 못하는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것이요, 또 한 편으로는 잔꾀를 부려 빤한 술수로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모습을 비유하기도 한다. 먹이의 개수는 똑같은 걸 모른 채 그저 좋아하는 원숭이처럼 사물의 양면을 파악하지 못하고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에만 급급해하는 사람이나 상황을 묘사할 때 흔히 쓴다는 얘기다.

이 성어를 단순하게 근시안적인 사람의 어리석음쯤으로, 혹은 잔머리만 굴리는 얄팍한 사람을 향한 비난쯤으로 해석하는 게 최선일까?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배우고 써왔던 당연한 해석을 보면서 새삼스레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관점을 좀 바꿔서 저공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은 거다. 

요즘 유행하는 ‘유연함의 힘’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먹이가 부족해서 고민이었던 저공은 원숭이들의 반발을 사지 않고도 결국 자신이 원하는 먹이 배급을 할 수 있지 않았나. 그럼 원숭이들은? 달라진 배급 방식에도 ‘불만 없음’!! 그저 기분 좋게 먹으니 을매나 좋노. 결국 양쪽 다에 좋은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저공은 아주 지혜롭게 문제적 상황을 정리한 인물인 거다. 원숭이를 달래줄 줄도 알고. ㅎㅎ 그러니 적절하게 타협할 줄도 아는 그런 유연한 사람 맞네. 

철학자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 진리를 찾아 헤맨 결과가 ‘고정된 진리는 없다’라는 이 명제 아니던가. 이 세상은 해석 아닌 게 없다잖은가. 관점이 달라지면 모든 현상은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거다. 우리 일상에서 이 사실만 잊지 않고 살아도 인간 세상의 갈등이 반은 줄어들 텐데. 그런 의미에서 난 오늘 저공의 입장에 한 번 서본 것이다. 원숭이는 그냥 해피한대로 그대로 놔두고. 하하.

참고로, 한국에서는 조삼모사가 ‘변덕이 심하다’라는 의미로도 해석되니 그 경우 비슷하게 쓰이는 성어 ‘조변석개(朝變夕改)’도 함께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아침 조(朝), 변할 변(變), 저녁 석(夕), 고칠 개(改), 이들 한자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아침에 바꾸고 저녁에 고침’의 뜻이다. 정책이나 계획, 마음 따위가 수시로 바뀌는 것을 가리켜 이르는 성어이다. 이 성어도 신문지 상에서 자주 나오니까 꼭 기억~^^

4 thoughts on “19일차_조삼모사朝三暮四 ”

  1. ‘조변석개(朝變夕改)’ 의미가 변덕스러움을 나타내는 데 딱이네요.. 조삼모삼는 한 사람의 품이 넉넉하니 그 품의 혜택을 받는 원숭이는 해피엔딩인거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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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원래 저공이 먹이가 부족해서 원숭이들을 내다 팔아야 할 상황이었음에도 정이 들어 차마 못하고 고육지책을 쓴 거지요. 조삼모사가.. ㅎ 그러니 얼마나 따뜻한 주인이에요. 그러니 원숭이들은 해피엔딩~^^ 제가 미소짓는 이유도 이거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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