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차_오월동주吳越同舟 

오월동주(吳越同舟)는 ‘오(吳)와 월(越)이 한 배를 타고 있다’는 뜻이다. 이 해석만으로는 도대체 이 성어가 뭘 말하려는 건지 감이 안 온다. 오와 월이 뭐란 말이냐? 바로 나라 이름이다. 중국 춘추시대의 두 나라,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는 그야말로 견원지간이었다. 앗, 견원지간(犬猿之間)? 또 성어잖아. 음… 

‘견원(犬猿)’이란? ‘개 견(犬)’과 ‘원숭이 원(猿)’, 즉 ‘개’와 ‘원숭이’다. 예로부터 이 둘 사이가 안 좋기로 유명했는지 어쩐지… 암튼 서로를 적대시 하는 원수 같은 관계를 일러 ‘견원지간’이라 했다. ‘원수지간’의 다른 표현인 거다. 오(吳)나라와 월(越)나라가 바로 그런 관계였다는 거다. 그렇게 사이가 나쁜 두 나라 사람이 같은 배에 탔네? 그럼 어떻게 될까? 모두들 상상해보라! 

오나라 오(吳), 월나라 월(越), 같을 동(同), 배 주(舟). 오월동주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의 〈구지(九地)〉편에 나오는 말에서 유래했으니 일단 그 원전을 보자. 

“夫吳人與越人相惡也, 當其同舟而濟, 遇風, 其相救也如左右手。(대저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서로 미워하나, 그들이 같은 배를 타고 가다가 바람을 만나게 되면 서로 돕기를 왼손과 오른손처럼 하느니.”

이 부분을 읽으며 떠오른 단어가 ‘운명공동체’였다. ‘공동의 운명을 갖는다’는 말의 함의는 뭔가? 그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설명해주는 말은 ‘죽음’일 게다. 즉 ‘운명이 같다’는 것의 철학적 의미는 ‘마지막 죽음을 함께 함’과 다름 없을 테니. 

‘오월동주’라는 말이 나오게 된 맥락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이렇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는 ‘승패를 가르는 결전의 장소’라 하여 인문지리적 특징에 따라 9곳으로 분류했는데, 구지(九地)가 바로 거기서 나온 말이다. 지리학적인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구지(九地)의 지형에 따라 각각의 필승전략은 달랐을 터. 헌데, 그 구지(九地) 중 마지막 장소로 분류된 게 ‘사지(死地)’렷다. 사지는 그야말로 전투를 빨리 끝내야 살고 그렇지 못하면 죽는 지역인 거다. 여기서 손자(孫子)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사지에서는 결국 운명공동체로 묶일 수밖에 없음’이리라. 

손자병법에서 그리는 가장 위대한 군대는 바로 ‘솔연(率然)’의 모습이다. 즉 사지(死地)에서의 가장 이상적인 전략이란 ‘솔연(率然)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솔연은 상산(常山)에 사는 뱀이다. 솔연은 머리를 치면 꼬리가 덤비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덤비고, 몸통을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한꺼번에 달려든단다. 마치 하나인 듯 오른쪽이 곤경에 빠지면 왼쪽에서 달려와 돕고 왼쪽이 공격받으면 오른쪽에서 바로 덤벼드는 ‘상산의 뱀(솔연)’ 전략만이 사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거다. 과연 이 ‘솔연’ 같은 군대가 진짜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한 손자의 대답은 ‘가능하다’였고, 그때 언급된 게 바로 ‘오월동주’였나니. 

현대사회의 경영전략에서 활용 가능한 오월동주의 현재적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현명한 장수의 그 위대한 ‘솔연(率然) 용병술’처럼, 최고지도자도 조직을 솔연(率然)과 같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 한 조직이 직면한 위기상황에서 ‘상생의 의지’로 그 형세를 변화시켜야 할 때 필요한 게 ‘솔연’이며, 그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오월동주’의 정신이란 거다. 원수사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같은 배를 타는 순간 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배를 타고 있는 한 운명공동체이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들은 운명을 같이 한다는 마음으로 서로 협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월동주(吳越同舟)’는 정치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언론 기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성어이다. 국가 간의, 혹은 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라는 의미로 ‘적과의 동침(sleeping with the enemy)’이라는 표현과 함께 활용도가 높은 사자성어이다. 그러니 꼭 알아두자.

이 글을 마무리 하려니 문득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적이여! 적은 없다네.’ 이 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던 ‘친구여! 친구는 없다네’의 패러디라던데. 이쯤 되면 국제정치학의 그 유명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으며, 다만 영원한 국가 이익만 있다’는 금언(金言)을 인정할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친구들은 영원했으면…’ 하는 순진한 생각에 씁쓸한 미소만.

내친 김에 하나 더!!

그러고 보니 이 두 나라 사이에 일어났던 ‘오월전쟁’과 관련된 사자성어가 또 하나 있다. <사기(史記)>에 나오는 ‘오왕 합려, 그의 아들 부차, 그리고 월왕 구천 사이의 패권 전쟁’에서 있었던 ‘상호 복수극’으로부터 유래한 ‘와신상담(臥薪嘗膽)’이 그것이다. ‘누울 와(臥), 섶나무 신(薪), 맛볼 상(嘗), 쓸개 담(膽)’, ‘장작더미 위에 누워서 쓰디쓴 쓸개를 맛본다’는 뜻이다. 즉 원수를 갚고자 부차가 장작더미 위에 눕고 구천이 쓸개를 맛본 것처럼, ‘어떤 목표나 큰 뜻을 이루고자 하면, 어떠한 고난도 참고 이겨낸다’라는 뜻이다. 

오늘의 성어 ‘오월동주(吳越同舟)’와 더불어 ‘와신상담(臥薪嘗膽)’도 꼭 함께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 thoughts on “18일차_오월동주吳越同舟 ”

  1. 오월동주(吳越同舟) 하다보면 적이었지만,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와신상담(臥薪嘗膽)’을 이루어내면 인생의 숙련공이 되어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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