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의 <기후피해세대를 넘어 기후기회세대로>

인류의 미래를 위한 도전

‘기후피해세대를 넘어 기후기회세대로’,언어유희 효과를 겨냥한 듯한 이 긴 제목에 익숙해지기까지 몇 번의 세심한 눈맞춤이 필요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부제인 듯 부제 아닌 부제 같은 문구도 함께 내 눈에 담아내느라…^.^

일단 책표지와 라포(??ㅎㅎ) 형성을 하고 난 뒤 내 시선이 곧장 내달린 곳, 거기에는 1부에서 4부까지 네 페이지에 걸쳐 목차가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대충만 훑어봐도 기후위기에 관한 모든 것이 이곳에 망라되어 있음을 알겠더라. 찬찬히 목차를 들여다보던 내 안에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이 책의 저자에게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했다고나 할까. 평소와 달리 눈도장 찍을 새도 없이 목차로 직진하느라 건너뛴 앞 책날개로 다시 돌아와서 지은이 소개란에 시선 고정!

저자는 ‘직장인이자 경제학자,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인 이재형 작가였다. ‘아하, 경제학자였구나. 역쉬~’ 이 감탄사만으로도 일단 목차의 개연성은 충분해 보였다. 호감도 상승!! 며칠 전 읽었던 독일 출신 영국 경제학자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영향인 건가? ㅎ 아무튼…

계속~ 저자 이력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 책에 대한 막연한 믿음도 덩달아 급상승하는 걸 느꼈다. 환경생태공학 학사, 기후변화과학 석사, 자원경제학 박사라니… 신뢰 안할 방도가 없다. 목차만으로도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을 예감케 하는 이 책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나는 되었다는 얘기다.

책을 읽기도 전에 내 맘대로 ‘좋아요’를 누르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두 아이의 아빠’라는 이 타이틀에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이 이 제목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야만 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두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가 너무 걱정인 한 아빠의 사명감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졌기 때문이리라. 내 품에 안겨서 해맑게 웃고 있는 손자손녀를 바라보는 이 할미 된 자의 마음과 통했다고 해두자.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하고픈 내 마음과 말이다. 

얼마 전, 서평을 쓰기 위해 읽었던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그 많은 내용 가운데 유독 내 관심을 끌었던 게 ‘중간기술’이었다. 물론 ‘기후피해세대를 넘어 기후기회세대로’라는 이 책에도 ‘적정기술’이라는 그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마지막 장까지 책을 다 읽고는 잠시 눈을 감고 떠오르는 잔상 속에 가만히 나를 놔두었다. 너무 방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보니 취사선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신의 데이터를 장착한 전문적인 내용이 가득한 이 책의 서평을 과연 어떤 주제로 압축하고 또 그것을 풀어내야 할까. 

이 책의 구성을 보면, 1부는 총 3장으로 유례없는 전 지구적 대변화인 기후변화, 인류의 미래를 위한 도전으로서의 기후변화 협약, 그리고 기후불평등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기후변화가 바꿀 라이프스타일과 기후피해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기후피해세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기후착시의 내용이 존재감을 발산한다. 또한, 3부는 탄소의존적인 사회는 어떠할 지에 대한 탐색과 더불어 미래를 바꿀 혁신적 기후기술을 소개한다. 마지막 4부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유산을 남겨줄 거냐고. 그리고는 기후변화와 미래의 일자리 문제, 투자의 미래를 넘어 기후변화와 우리 생활의 미래를 상상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현재 세대의 여정이라고 밝힌 에필로그까지…

이렇게 알찬 배움의 여정을 다 마치고 난 후에 찾아온 이 멍함은 뭐지? 전문적이고 사실적인 내용에 최신의 데이터까지 아주 방대한 정보를 접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가 얼마나 중차대한 사명을 짊어졌는지를 너무도 절실하게 체감했음이라.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가 가만히 있어선 안 되는 이유들을 감성이 아닌 이성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팩트 체크할 때 흔히 느끼는 그런 두려운 정서를 넘어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게 바로 이 책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뭐가 됐든 우리가 뭔가 행동하려면 일단 알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앞으로 환경교육을 하고픈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 책이 필독서가 될 것도 같다. 네이버 검색창에 키워드를 쳐서 얻어내는 그런 단편적인 정보의 조각들과는 차원이 다른, 지속적 연구 결과물로서의 완정한 형태로 재탄생한 이 책이 고마운 이유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몇 년 후에 사라지게 될 도시의 리스트를 찾아봐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그 한 예로 언급된 몰디브와 투발루의 현재 상황을 리얼하게 확인하는 순간 얼마나 안타까웠던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며, 이상기후의 급증과 생물다양성 파괴가 곳곳에서 발생하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확인시켜주는 챕터 하나하나가 얼마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던가. 

저자는 이 책이 미래에 대한 무한한 긍정론도, 부정론도 아니며 다만 기후변화에 대한 진실 앞에서 똑바로 정신을 차리고 미래를 대비하자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타박할지도 모른다. 현재를 사는 데 몰라도 되는 사실들까지 굳이 들춰내 우리를 괜한 불안에 떨게 할 필요가 있느냐고. 이러한 불평 이면엔 분명 어떤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외면하는 것이니까. 그냥 모른 채로 살아가는 게 마음이 가장 덜 불편한 방법일 테니까. 

그냥 그렇게 살아도 이 세상이(최소한 내가 사는 이곳은) 바로 망하지는 않을 테니 그것도 현명한 방법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구인의 대다수는 환경에 관심을 갖고 뭔가 해보려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유난 떨지 말고 그냥 조용히 살자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도. 다정한 지지나 따뜻한 호응 대신 불편을 호소하는 눈빛으로만 일관하고 있는지도. 

유난과 무지 사이?? 저자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오는 유홍준 교수의 그 유명한 말로 이에 대한 답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저이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정말 몰라서 불평하는 거라면 제대로 알려주어 진심으로 느끼게 하는 게 먼저일 테니까. 이것이 어쩌면 내가 이렇게 잘 만들어진 ‘환경관련서’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믿는 이유이리라. 이렇게 전문성을 띤 책들이 더 많이 나와서 사람들에게 환경에 대해 깊이 있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알면 행동하게 될 테니까. 

이 책은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가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기후 변화 피해를 받을 미래 ‘기후피해세대’를 위한 책이다. 하지만, 저자도 강조한 바와 같이 그 이면은 현재 세대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어른들을 위한 기후변화 지침서’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노력은 현재 세대의 어른들이 지금부터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란다. 맞는 말이다.

그동안은 몰라서 못했다고 해두자. 차마 알면서도 우리가 그렇게 계속 외면하고 살았다고 인정하는 건 못하겠으니까(이건 나를 위한 합리화일지도). 이제는 조심스럽게 다짐하는 이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무슨 거창한 결심이 아니어도, 그저 일상에서 아주 작은 실천일지라도 나부터 해봐야겠다는 소박한 마음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소시민들이 하나둘씩 일상적 기후행동으로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거대한 변화는 언제나 이 작은 움직임, 아니 한 사람의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던가.

환경을 지키는 일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실천을 하되 어떻게 하는 게 지구를 위한 일인지를 제대로 아는 게 우선이라는 것을 말이다. 친환경이라고 무조건 텀블러와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을 위한 좋은 마음에서 시작된 행동이 오히려 환경에 독이 될 수 있는 ‘리바운드 효과’를 초래할 수 있음이다.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 배우고자 하는 노력 속에서만 진정한 문제해결에 도달할 수 있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후위기의 모든 것을 말하는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내용이 전문적이고 다양한 데이터를 담고 있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나, 그럼에도 가독성이 높아서 난 금방 읽었던 것 같다. 내게는 곁에 두고 반복해서 읽으면서 모든 내용을 숙지하고 싶게 만든 책이었다. 정서적 반응이 아닌 이성적 판단으로 이 기후행동에 동참하는 나 자신을 상상하게 만들어준 그런 책이었다. 모른 채로 두려워만 하지 말고 알고자 노력하는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기에. 

우리 주변을 돌아보며 찾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은 의외로 많다. 사소하게만 보이는 그 작은 일로부터 하나하나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기후변화를 늦출 실천들을 하다보면 그토록 한숨만 나오던 최악의 현실에도 어떤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깨닫고 체험하게 되리라. 두려움을 피하는 방법은 그 속으로 뛰어드는 거라는 걸.  

탄소배출권이 뭔지, 탄소중립이 뭔지, 그리고 소형모듈원자로(SMR)가 현실적으로 정말 가능한 건지 궁금하지 않은가? 적정기술이 뭐고 앞으로 핫하다는 그린 잡(Green Job)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고 싶지 않은가? 그 모든 것들이 이 책에 다 담겨있다. 탄소경제와 기후착시에 대해, 그리고 카본에 대해 알고 나면 우리가 가정에서, 여행에서, 체험에서 배우는 기후 생활을 느낄 수 있으리라.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정말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맞다.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할 지식을 친절하게 정리해주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도 되어주는 것만 같아서다. 그 선물을 받고 나면 저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속삭임에 대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로 인해 바뀌게 될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을 지금부터 만들어보겠다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하겠다는 뿌듯한 다짐을 하고 있는 자신을 말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것들이 달라질 내일이 오기 전에, 우리가 오늘 해야 할 일은 다음 세대들이 극한기후의 일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생존력을 높여주는 거란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절대 오질 않을 미래인 것이다. 그러니 기후변화가 뒤흔들 세상을 준비하는 우리가 되자는 것,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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