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카스 샤의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생각은 삶을 바꾸고 한 걸음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다!’ 초록빛의 책표지 뒷면에 쓰인 이 한 문장이 시선을 붙잡았다. 책을 펼쳐본다. 유발 하라리, 조던 피터슨, 제인 구달, 마야 안젤루… 이들 134인은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명실상부한 리더들임에 틀림없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 예를 들면 정체성, 문화, 리더십, 기업가정신, 차별, 갈등, 민주주의에 대해 이 석학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의 저자 비카스 샤는 기업가이자 사회활동가로서 2007년부터 ‘생각 경제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시대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이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아냈다. 그는 세계적 지성들의 지적 통찰을 통해 오늘의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탐색하였다. 비카스 샤는 이 세계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우리의 생각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역사학자부터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체성은 우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살아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와 같은 철학적 물음 앞에서 석학들은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지구 저편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현실이 된 지금, 저자는 전쟁과 갈등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려준다. 정말 시의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에 책을 펴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일단 지금 이 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한 얘기로부터 시작해보자. 얼마 전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벌써 이 전쟁에서 패배한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많은 전략가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아주 용맹하게 싸우고는 있지만 그 나라 크기로 볼 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막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유발 하라리 교수는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했을까? 

그는 국가는 스토리 위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앞으로의 어두운 시대가 끝나고 난 후 윗세대가 아랫세대에게 전할 스토리를 늘려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 역시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그 유명한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대피를 권고하는 미국에게 ‘나는 대피할 수단이 아닌 탄약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우크라이나 수도를 떠나지 않았다. 그뿐인가. 항복하라는 러시아 전함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던 스네이크 섬 수비대원의 이야기, 맨몸으로 주저 않아 탱크를 막으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결국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국가는 이런 스토리들 속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지금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증명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 이야기들의 힘은 탱크보다도 강해질 것이다.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에서도 저자인 비카스 샤는 ‘우리는 왜 이야기를 만들고 전하는가?’라고 묻는다. 그 역시 인간은 스토리텔링의 종족이라고 생각한다. 집단 정체성이 진화하는 데에도 ‘우리는 누구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고 전하는 행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가 그 유명의 책 『사피엔스』에서 ‘국가는 이야기 공동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푸틴은 너무 쉽게 우크라이나를 정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겠지만 그토록 많은 감동 스토리들이 전쟁 속에서 계속 나오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정체성도 더 강화되고 있다. 이것은 비카스 샤가 우리가 인생의 여정에서 늘 정체성을 찾아 헤맨다고 했던 말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겠다. ‘도대체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거의 매일 자신에게 던지며 살아가는 게 우리 인간이다. 그렇기에 위기가 닥쳤을 때 인간은 그 정체성으로 하나가 될 수도 있고 그것은 상상 이상의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인’이라는 그 정체성이 그들로 하여금 포화 속에서도 강인하게 버티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비카스 샤의 ‘리더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예를 들어 얘기해보고자 한다. 

비카스 샤는 군대가 리더십의 정수를 배울 수 있는 조직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는 현역 및 퇴역 장군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리더십이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사령관이었던 크리스 해리필드는 ‘리더의 자질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가, 후천적으로 개발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우연히 발휘되기도 한다’고. 그는 화재가 일어나거나 응급 환자가 발생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자신도 결코 알지 못했던 리더십 기술을 발견하곤 한다고 말한다. 리더십은 변화를 기꺼이 실천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 전쟁이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최고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하나로 결속시켰다. 그는 자신의 조국에 일어난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거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항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체가 한 국가의 리더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전쟁은 진정 막을 수 없었던 것일까?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너무도 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다. 어쩌면 막을 수도 있었을 그 전쟁 속에서 엄청난 비극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전쟁은 일어났고 이 상황에서 ‘만약’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는 부질없음을 안다. 비카스 샤가 인터뷰한 마르티 아티사리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평화중재자로서 여러 국제분쟁을 해결하는데 커다란 공헌을 했던 마르티는 전쟁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 갈등과 폭력 역시 인간 본성의 한 부분으로 내재했다가 표출되는 것이라 해도 그것이 분쟁과 전쟁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조용히 차오르는 이 분노를 느끼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우크라이나에 하루 빨리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도하는 일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도 슬픈 현실이다.  

다시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로 돌아와서 이 책에서 말하는 리더십을 우리 일상에 적용해보자. 이제 리더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하버드대 존 코터 교수는 리더십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상황을 위해 변화하도록,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리더는 미래를 향한 대담한 비전을 수립하고 이 비전을 향해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십에 관한 많은 인터뷰 중에서 특히 내게 각별하게 다가왔던 건 메타(구 페이스북)의 COO로서 가장 성공한 여성 리더 중 한 명인 셰릴 샌드버그의 말이다. 역경과 난관에서 교훈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역경을 인정하고 과감히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가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고난과 시련을 절대 입 밖에 내지 않는다면 거기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할 거라고 했다. 셰릴 샌드버그는 또한 ‘외상후성장(post traumatic growth)’의 관점에서 마음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에 직면하기에 회복탄력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회복탄력성과 외상후성장, 꼭 어떤 조직에서의 리더가 아니더라도 내 삶의 리더인 내 자신에게도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내 자신의 내면,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회복탄력성을 위한 마음 근육 단련하는 방법이야말로 내가 스스로 찾아야 할 영원한 인생의 숙제일 테니. 

2 thoughts on “비카스 샤의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1. 너무 좋은 책을 소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라크 러시아 전에 이어서 중동의긴장이 다시 시작 되었네요. 저도 어떤 명목으로던간에 전쟁은 절대 인간들이 가장 하지말아야하는데, 왜 이 인간들을 전쟁을 하는지.. 너무 강한 자기의 신념들이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먼저가 아닌 자신의 생각하는 이념이 사람을 앞서면, 늘 우리는 전쟁이라는 거대 비극에서 피할수없지않을까..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한 철학자의 말처럼, 또는한길 물속은 알아도 열길 사람속을 모른다는 전해 내려온는 말처럼, 우리 인간들의 신념과 생각이란것이 얼마나 약하고 변하는것인데…
    마음의 근육 키움은 나와 다른 천적을 만나거나 내가 하기싫은 일을 하거나 또는 나의 기대와 다른 나의 삶에 발을 딛었을때 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나 결국은 이런 근육을 키우는것은 결국은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할때 이런 힘이 나오지 않을까..
    전쟁이라는 폭력은 어찌보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나를 방어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을때, 사랑으로 얻은마음의 풍부함이 사랑을 잃어버려 마음이 빈곤함으로 바뀌었을때 나오는 인간의 방어기제와 피해의식의 강력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실상 들여다보면 두 나라사이의 끊임없는 애증관계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또한이 두나라 사라의 피해의식들이 전쟁이라는 표현으로 나오는것이 아닐까..
    나라는 사람도, 결국은 내가 피해의식이 있고 분노가 난다는것은 내 안에 나에 대한 사랑보다는 나를 방어하고자하는 그리고 피해의식이 있기때문에 그런게 아닐까하고 시각을 모아봅니다.
    좋은 책 소개를 해주시고 이렇게 나눔의 장을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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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전쟁 막 시작되었을 때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들이 연결되어서 적어놨던 것 같아요. 지금은 또 다른 전쟁이 ㅜㅜㅜ
      아~진짜.. 세상을 우리를 참 자주 슬프게 합니다. 샘..

      책을 읽고 그 느낌을 공유하고..그것을 본 누군가가 이렇게 함께 마음을 나누고.
      너무 감사한 공간입니다. 여기~^^
      이 또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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