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차_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을 소(小), 탐낼 탐(貪), 큰 대(大), 失 : 잃을 실( 失)

‘소탐(小貪)’은 글자 그대로 ‘작은 것을 탐하다’요, ‘대실(大失)’은 ‘큰 것을 잃다’는 뜻이다. 즉 ‘작은 것을 탐하다가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음’을 경계하여 이르는 말이렷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은 중국 육조시대(六朝時代)의 여러 나라 중 하나였던 북제(北齊) 때의 유주(劉晝)라는 사람이 쓴 <신론(新論)>에 수록된 고사에서 유래했단다. 이야기는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 때, 그러니까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기 훨씬 전(진시황의 할아버지 때쯤 되려나??), 혜왕(惠王)이 다스리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이웃국인 촉(蜀)나라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시절이었다. 

촉나라는 그 지리상 공략하기가 매우 어려운 지역이었다. 오죽하면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시에도 나올까? 그는 ‘촉으로 가는 길(蜀道)은 하늘을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蜀道之難(촉도지난) 촉도의 험난함이여
難於上靑天(난어상청천) 하늘 오르기보다 어려워라.
側身西望長咨嗟(측신서망장자차) 몸 기우려 서쪽 향해 긴 한숨만 쉬노라.
(from 이백의 <촉도난(蜀道難)>의 마지막 구절)

촉나라를 공격할 방법을 강구하던 중에 신하 한 명이 기가 막힌 묘책을 하나 내놓았으니, 바로 욕망의 화신인 촉나라 제후의 그 재물욕을 이용하자는 거였다. 이에 거대한 옥(玉)을 캐내서 소(牛)를 5마리를 조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촉왕에게 선물할 ‘금똥 싸는 소(牛便金)’라고 소문을 냈다. 근데, 이 소를 운반하려니 촉으로 들어가는 길이 느무 험하네? 이를 어째! 재물에 눈이 먼 촉왕이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리 없지. “고뤠?” 곧장 명령을 내렸다. 

“여봐라, 길을 닦으라!” 

촉의 백성들은 노역에 끌려 나가 길을 넓히는 대공사에 동원되기에 이르렀으니.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를 잘 두면(??) 백성이 고생하노니.

그리하야 잘 닦여진 ‘소맞이 길’을 따라 진나라의 ‘옥(玉)으로 만든 소(牛)’를 실은 선물 행차가 아주 편안하게 촉땅을 밟게 되었으니, 그 다음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리스가 트로이를 공격할 때 ‘목마’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면, 진나라가 촉을 칠 때는 ‘옥우(玉牛)’가 황금똥을 싸대며 대활약을 한 거다(하하… 믿거나 말거나). 

세상에… 옥우 몇 마리 얻자고 나라를 통째로 적국에 바친 이 웃지 못할 일화에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란 성어가 태어난 거다. ‘작은 것에 눈이 어두워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을 가리키는 교훈이렷다. 이 고사를 다시 톺아보는 이 아침에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이 말이 오버랩되면서 뼈를 때린다.

10월이다. 

낙엽을 밟으며 무작정 걷고 싶은 계절,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는 바로 그 10월의 아침을 이렇게 무거운 마음으로만 보낼 순 없쥐. 예전에 나의 페친이 보내주신 아주 오래된 잡지 《學園》을 다시 펼친다. 세상에… 1952년에 출간된 한국 최초의 청소년 종합잡지라니. 책장을 넘길 때마다 차오르는 감동에 취한다. 그 험난한 세월에도… 삶은 흐르더라.

길을 걷자/조병화

길을 걷자.

열매와 같이 익은 심장을 안고

길을 걷자.

가을을 걷자.

낙엽과 같이 나풀거리는 외로움에 쌓여

가을을 걷자.

길.

그리운 것 없이 그리운

하늘을 걷자.

길을 걷자.

마음의 호수를 돌아

가을을 걷자.

참, 좋다. 이 시~

그래, 나도 오늘은 ‘촉으로 가는’ 그 길은 아닐지라도(ㅎㅎ)

내 안의 잡다한 욕망들 다 벗어버리고 홀가분하게 가을을 걸어봐야지.

2 thoughts on “23일차_소탐대실小貪大失”

  1. 소탐대실.. 저를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싶어서 제 마음을 다시 훑어봅니다.
    지루하게 생각되던 고사성어와 묵은냄새가 나는 시를 같이읽게 되니 참 좋습니다. 또한 커피한잔 들고 걷고싶은 사진도 너무좋구요.. 마음이 풍성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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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고보니 이번 고사성어에는 이백의 시도 있고 조병화 시인의 시도 있네요. ㅎ
      앞으로도 글과 잘 어울리는 시 있으면 한 번씩 넣어야겠어요.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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