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점

또 하루가 이렇게 저문다.

눈부시도록 찬란한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벤치에 앉아 조용히 사색에 잠겨 보낸 순간들이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가장 유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의 한 점으로 기억될 수 있다.

은은한 물빛으로 빛나고 있는 바닷가를 저 멀리 내려다보며, 또 나무그늘이 우거진 사이로 드러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보낸 매 순간들도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의 점이 될 수 있다.

그만큼 그 찰나의 장면 장면들은 또렷하게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하루였다.

창밖으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시간이 멈춘 듯하다가도 또 가을을 재촉하는 것만 같은 해질녘이 호젓하다. 거추장스럽지 않고 편안하다. 이 순간만큼은 조급하게 나를 몰아세우지 않고 그 한없이 넓은 품으로 침묵하며 기다려줄 줄 아는 너그럽고 편안한 사람이고 싶다. 내 감정의 많은 것들을 풀어 그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 속으로 그냥 떠나보내자.

난 늘 작은 것에 감사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참 어려운 일이지만 최소한 지금은 나는 그 소박한 소망을 이루고 있는 것이리라.  

서쪽 하늘을 선홍빛으로 물들이며 타오르던 세상 그 노을빛 고운 하늘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이제 그리움을 살며시 놓아두고 돌아와야 할 시간. 감색 노을에 불그레하게 젖어 상기된 얼굴에 아쉬움이 스친다.

꿈같이 짧은 우리네 인생. 어쩌면 우리는 잠시 머물다 가는 이 세상에서 끊임없이 동그란 원을 그려가는 과정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완전한 인간들에게 있어 우리네 인생은 원이 갖는 이상적인 완전성에 가까워지려는 노력, 그것을 닮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서쪽 하늘 석양빛에 우리네 곁에 살포시 내려앉은 가을에 대한 애틋함이 더욱 깊게 물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