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욱의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어젯밤, 에세이를 읽다가 펑펑 울었다.《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를 써주신 고재욱 님에게 고개 숙여 감사하고 싶은 아침이다. 7년 간 치매 할머니들과 함께 하고 또 그분들을 떠나보낸 요양보호사가 할머니들의 조각난 기억들을 엮어 만든 에세이였다. 치매란 기억을 잃는 게 아니라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돌아가는 병이라고 말하는 저자. 그가 들려주는 할머니들의 슬픈 이야기는 정말 눈물 없이는 한 줄도 읽어 내려갈 수가 없었다. 

기억을 잃은 모든 할머니들의 공통점은 자식들에게 오지 말라는 거짓말, 자식을 위한 기도,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삶에 대한 후회, 이 세 가지란다. 저자는 말한다. 그 많은 분들 중에 자식을 원망하는 할머니가 단 한 분도 안 계셨다고. 부모 마음과 자식의 마음은 역시 같을 수가 없나 보다. 우리 자식들은 툭하면 부모 원망하기 바쁜데 말이다. 노희경 작가의 말이 맞다. 우리 세상 모든 자식들은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 우리 다 너무나 염치없으므로.

나 역시도 우리 부모님이 혹시라도 기억을 잃게 되실까 문득문득 두렵다. 특히나 뇌경색 진단을 받으셨던 아빠로 인해 늘 불안하다. 지난번 전주에 내려갔을 때 아빠에게 카톡으로 동영상이나 멋진 글귀 보내는 방법을 가르쳐드렸다. 아빠가 뭔가를 자꾸 해보시는 게 치매예방에 좋을 것 같아서였다. “아빠, 가끔 이 막내딸한테 좋은 음악이랑 시도 보내주세요. 내가 가르쳐드릴게.” 아빠는 유튜브에서 음악을 찾고 블로그에서 좋은 시를 찾아 내 카톡에 공유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을 수첩에 기록하며 열심히 배우셨다. 

나는 설명을 다 해드린 다음 즉석에서 큰딸, 작은 딸, 그리고 사위, 아들, 며느리까지 모든 자식들에게 다 음악을 보내보라는 미션을 드렸다. 머리를 긁적이시며 골똘히 생각하다 도저히 모르시겠는지 수첩을 커닝하신다. 그렇게 수도 없이 반복한 끝에 드디어 성공. 아빠로부터 난데없이 음악을 선물 받은 자식들이 하나 둘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그 답장을 보시고 쑥스러운 듯 빙그레 웃으시던 아빠의 얼굴이 떠올라 나는 그토록 서럽게 울었나 보다. 

모든 인간이 이 생의 마지막까지 존엄성을 잃지 않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얄궂게도 그게 맘대로 되지 않음이 슬플 뿐이다. 그저 못난 이 자식이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게 되는 아프고 허망한 밤이었다. 

이 삶을 온전히 사랑해야겠다. 내 삶의 마지막이 찾아왔을 때 후회 없이 떠날 수 있도록. 자식에 대한 원망이 없던 그 할머니들조차 후회했던 그런 삶을 살지 않도록. 그리고 유일한 바람이 밤에 잠들어 새벽에 눈뜨지 않고 그렇게 편안하게 이 생을 떠나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내 아빠의 소원을 나 또한 기꺼이 빌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