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차_흥청망청興淸亡淸 

‘돈이나 물건을 아무 계획 없이 마구 써버리는 행동’을 가리키는 사자성어가 있다. 그 표현 혹시 아는 사람, 손!! 정답은 ‘흥청망청’이다. 이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렇다면 이 단어가 생겨난 유래를 아는 사람, 손!! 정말 이 성어에도 고사가 있다고?

그렇다. 흥청망청(興淸亡淸), 이 단어는 우리 일상에서 너무 자주 쓰이지만, 그 유래가 된 고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게다. 그리하야, 오늘은 ‘흥청망청’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일단 이 성어는 어떤 한자들의 조합이지? ‘일어날 흥(興), 맑을 청(淸), 망할 망(亡). 맑을 청(淸)’이다.

여기서 ‘흥청(興淸)’은 조선의 10대 왕 연산군의 여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흥청이 정말 그런 뜻이라고? 연산군이 여색에 빠져 살았던 얘기는 다 아는 얘기다. 그게 어느 정도였는고 하니… 그 당시에는 연산군에게 바칠 여인을 선발하던 채홍사(採紅使)라는 관리가 있을 정도였단다. ‘꽃을 따는 사신’이라는 뜻을 가진 이 관리들은 아름다운 여인을 찾아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팔도의 미녀들을 뽑아 기녀로 삼았다고. 지금이라면 어림도 없을 일이지만, 조선시대였으니까.

9월 28일, 어제였네? 그러니까 517년 전 어제는 연산군이 중종반정(中宗反正)에 의해 폐위된 날이다. 무오사화와 갑자사화 등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던, 그래서 우리에게는 ‘폭군’으로 기억되는 연산군이 왕위에서 쫓겨나고, 연산군의 이복동생인 진성군이 왕이 된 날이다. 그가 바로 중종(中宗)이렷다. 어제 아침, 나의 역사 캘린더를 넘기다가 이날의 역사적 사건을 접하면서 생각난 성어가 흥청망청이다. 바로 연산군과 연관된 단어니까.

아는지 모르겠지만… ‘흥청망청’은 흥청이 망청이 되었다는 뜻으로 조선의 연산군이 여색을 탐한 일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흥청을 데리고 놀다가 왕위에서 쫓겨난 연산군을 보면서 백성들은 ‘기생들의 명칭’에서 따온흥청’과 ‘망한다’는 의미의 ‘망청’을 붙여 ‘흥청망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사용했단다.

멋대로 흥(興)하더니 망(亡)했다는 의미로, 사실 ‘망청’이라는 한자에는 특별한 뜻은 없다. 이 표현이 나중에는 그 의미영역이 확장되어 사람들은 ‘돈이나 물건을 아무 계획 없이 마구 써버리는 행위’를 가리킬 때 사용하게 된 거다.  의미가 왜 그렇게 연결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튼저튼 망하는 건 매 한 가지라 그랬으려나? ㅎㅎ

암튼, 그 유명한 연산군의 여인, 장녹수도 흥청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가리켜 조선의 대표적인 팜므파탈이라고 한다. 그녀에 대한 이 평가는 온당한 걸까? 야망을 위해 잔인해져야 했던, 하지만 연산의 고독과 광기를 이해했던 그녀의 애달픔이 전해지는 듯해서 마음이 먹먹해온다. 그녀를 그저 연산군의 그 수많은 흥청 중 한 명으로만 기억하기엔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뭘까? 

예술을 사랑했다고 전해지는 연산군, 그도 분명 그녀의 예사롭지 않은 춤사위에 반했다 하지 않던가. 흥청망청을 얘기하다보니 왠지 장녹수의 재평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그렇게 뜬금 없지만, 한 명의 예인(藝人)으로서 손색이 없었던 장녹수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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