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한 개를 던졌는데, 어라? 새가 두 마리나? 이런 상황이 되면 요즘 애들 입에서는 ‘개이득~’이란 말이 곧장 튀어나올 거다.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하는 사자성어는 물론 일석이조(一石二鳥)겠고. 이렇게 힘 안들이고 생각보다 큰 이득을 얻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 중에 ‘일석이조’ 말고도 ‘일거양득(一擧兩得)’이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속담으로는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쯤 되려나?
그래서 오늘의 성어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이다. 이 말은 <전국책(戰國策)>의 ‘진책2(秦策二)’편에 나오는 한 고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성어렷다. <전국책(戰國策)>, 지난번에 소개한 적 있쥐? 중국 전한(前漢)시대의 유향(劉向)이 동주(東周) 후기인 전국시대(戰國時代) 전략가들의 책략을 편집한 책이라고. 그럼 이제 한자를 소개해볼까나.
한 일(一), 들 거(擧), 둘 양(兩), 얻을 득(得)
‘일거(一擧)’는 ‘한 번의 움직임’ 정도 해석하면 되려나? ‘한 번 일을 벌임’의 뜻일 테니. ‘양득(兩得)’은 ‘둘을 얻다’가 되겠네. 그러니 ‘한 번으로 둘을 얻다’라는 의미겠지. 효율성 최고! 누구라도 좋아할 성어가 아닐까 싶다. 근데 어떤 이야기에서 이 성어가 나왔다고?
중국의 춘추시대, 노나라의 어느 산에 호랑이 두 마리가 나타났더란다. 마을이 공포에 휩싸였겠지.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관리들이 호랑이를 잡으러 나섰지만 어림도 없는 거라. 몇 차례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더라. 그러던 와중에 변장자(辨莊子)라는 청년을 위시해 건장한 젊은이들이 용감하게 산꼭대기에 올랐다. 호랑아, 한 판 붙자!!
그때 어디선가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몰래 다가가 보니 호랑이 옆에는 소 한 마리가 누워있는 게 아닌가? 변장자(辨莊子)가 호랑이를 찌르려 하니, 한 청년이 나서며 말리더란다. 그가 뭐라 했는고?
“호랑이 두 마리가 지금 막 소를 잡았으니 곧 서로 싸울 것이네. 그리 되면 큰 놈은 다칠 것이고 작은 놈은 죽을 것이니 그때 다친 녀석을 좇아 찔러 죽이면, 한 번에 두 마리를 잡을 수 있을 걸세.”
그 말을 듣고 변장자(辨莊子)가 다친 호랑이를 찔러 죽이고 두 마리를 한 방에 다 잡지 않았겠나. 온 마을이 경사났겠지? 그 후로는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호랑이의 위협을 받지 않게 되었다나. 바로 이 고사에서 그 총명한 청년의 입에서 나온 ‘일거에 두 호랑이를 다(一擧而兼兩虎也(일거이겸양호야)’라는 말에서 ‘일거양득(一擧兩得)’이 만들어졌단다.
‘일거양득(一擧兩得)’이라는 성어가 왠지 우리 현대인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 같아 보이지 않나? 요즘처럼 효율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에서 한 가지에만 오랜 시간 집중하는 게 쉽지는 않아서일 게다. 이거 한다고 했는데 저거도 같이 되면 일거양득, 한 방에 두 가지 득템? 일석이조! 굿~쟙~
늘 써오던 아주 익숙한 이 사자성어가 오늘은 내게 조금은 다르게 읽힌다. 2024년의 트렌드를 미리 들여다보고 있는 요즘, ‘시성비’라는 단어가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리라. 그렇다. ‘가성비’를 따지던 시대에서 이젠 ‘시성비’를 말하는 시대가 된 거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들, 그렇게 분초를 다투며 열심히 사는 시간지상주의자들에게 일거양득은 얼마나 뿌듯한 선물이겠나. 나 역시도 잠시 그들을 대신해서 므~흣!
그런데 말이다. 난 요즘 이렇게 숨 가쁘게 달려가는 사람들이 가끔은 사색을 위한 느슨한 시간도 좀 가져봤으면 싶다. 일거에 두 가지를 다 하는 것도 좋고, 세 개를 하면 더 좋고… 그것도 분명 참 좋은 일이지만 한 번씩은 자기 삶에 쉼표를 찍고 잠깐만이라도 가만히 멍 때리는 시간이 있었으면 싶다. 파란 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신도 하염없이 같이 흘러가도 좋지 않겠나.
‘시간이 금’이라는 자본주의가 세뇌시킨 격언은 이제 잠시 서랍 속에 넣어두려 한다. 남의 시간에 맞추려 내 삶이 어찌 흘러가는지도 모른 체 그렇게 정신없이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시간은 귀하다. 그건 정말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그 귀한 시간이 내 일상에서도 의미 있기 위해서 나는 어찌 살아야 할까?
나만의 라이프스타일, 나에게 최적화된 그런 일상을 살고 싶다.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템포대로 내 삶을 연주할 수 있는 그런 여유로운 일상을 꿈꿔본다. 일거양득이니 일석이조니… 그렇게 효율성만을 좇는 분주한 삶에 잠시 쉼표를 찍어보자. 그러다가 또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오래오래 묵묵히 지속할 수 있는 인내심도 한 번 발휘해보고. 그렇게 조금은 비효율적인 시간 속에 나를 내맡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