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일차_오리무중五里霧中 

‘오리무중(五里霧中)’이 먼 말? 당췌 모르겠네. 정답!! 바로 그 ‘먼 말인지 모르겠는’ 그런 상황에서 쓰는 사자성어가 바로 오리무중(五里霧中).

오늘의 성어는 ‘오리무(五里霧) 가운데(中) 있다’는 그 말을 알아볼 테요. 근데, ‘오리무’라고라? 그럼 삼리무(三里霧), 십리무(十里霧)도 있다는 얘기? 빙고!! 바로 그 얘기를 하겠다는 거. 그렇다면 일단 오리무중(五里霧中)의 한자구성부터 봅세.

다섯 오(五), 마을 리(里), 안개 무(霧), 가운데 중(中)

이 사자성어는 둘둘로 안 나누고 셋하나로 나눠서 풀이할 예정. 즉 ‘오리무(五里霧)’는 말 그대로 ‘다섯 리(里) 안의 안개’요, ‘중(中)’은 그냥 ‘가운데’지 뭐여. 그래서 ‘오리가 다 안개속인 그 가운데 있다’는 말이 되시겟다. ‘뭔가를 전혀 예측할 수 없음’을 뜻한다. 안개 속에서는 길을 찾기가 힘들 듯, 어떤 일의 갈피를 잡기 어렵거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움을 빗대는 말이다. 그럼, 5리면 얼마고? 1리가 4km니까 20km쯤 되겠네. 근데 이 사자성어, 구조가 좀 특이하제? 

오리무중(五里霧中)은 후한(後漢)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서인 <후한서(後漢書)> 중의 ‘장해전(楷传)’에 나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후한에 장해(張楷)라는 어진 선비가 있었는데, 그는 ‘오리무’를 만드는 도술에도 능했다고 한다. 안개를 만든다고? 아하. 그래서 도술이라 했구나. 근데 이분이 사람들 만나는 걸 싫어했나보다. 집돌이였나? 암튼, 벼슬을 줘도 안 나가고 은거하는 자였다고 하네. 헌데, 워낙 도학(道學)에 조예가 깊으니 주변에 늘 사람들이 모여들었더라. 장해가 그들을 피해 가는 곳마다 외려 식당과 여관이 생겨 돈 버는 자들이 생겼더라는. 이 놈의 인기 어쩔 거야.

관서(关西)지역에 배우(裴优)라는 삼리무(三里霧)를 만드는 자가 있었는데, 그는 오리무를 만들고 싶어 장해의 제자가 되고 싶었단다. 장해가 이 자를 받아줬을까? 그럴 리가. 무일푼이 되어 관서로 돌아온 배우는 안개를 만들어 사람들이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을 이용해서 도적질 하다가 관아에 잡혔지 뭔가. 에궁. 고문을 견디다 못해 그자는 결국 장해를 팔아먹었다고. 

배우(裴优), 당신! 인간이 그러면 쓰나. 우리 인자하신 장해(張楷)만 불쌍하게 됐네. 그저 조용히 살고 싶어 배우를 거절한 죄밖에 없는데 감옥행이라니. 장해여~, 억울하겠지만,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했으니 일단 그 말을 믿어봅시다.  

<후한서(後漢書)>의 ‘장해전(楷传)’에 나오는 원문 한 번 눈에 담아보실라우? 바로 이 문장이외다.

性好道术,能作五里雾。(도술에 능하여 오리무를 만들 수 있었다)

훗날, 이로부터 그 의미가 확장되어 사자성어 ‘오리무중(五里霧中)’이 탄생한 거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삼리무, 오리무, 십리무라니… 하하. 참, 십리무라는 단어가 들어간 한시도 있더라. 

조선 중종 때의 문신 강극성(姜克誠)이 쓴 ‘호정조기우음(湖亭朝起偶吟)’이라는 시다. 이 제목을 해석하자면, ‘아침 강가의 정자에서 우연히 읊다’쯤 되시겠다. 오늘의 마지막은 바로 격조 있게 한시로 갈무리? 이 한시를 읽다보니 강가의 아침 풍경이 고즈넉하게 그려지는 듯도 하다. 차~암, 아름답구나.

江日晩未生(강일만미생), 蒼茫十里霧(창망십리무) 

但聞柔櫓聲(단문유노성), 不見舟行處(불견주행처)

강에는 해가 늦도록 뜨지 않고, 아득히 십리가 안개가 자욱하네.

부드러운 노 젓는 소리만 들릴 뿐, 배 가는 곳은 보이지 않는구나.

2 thoughts on “61일차_오리무중五里霧中 ”

  1. 오리무중이이런 뜻이였군요…
    한 단어에 이런 뒷 이야기들이 있다는것이 너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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