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일차_발본색원拔本塞源 

‘전세사기 발본색원’, ‘尹대통령, 불법 공매도 발본색원 의지’

요즘 뉴스기사에서 자주 보게 되는 헤드라인들이다. 이처럼 발본색원(拔本塞源)은 어떤 옳지 않은 사건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폐단의 근원까지를 철저하게 파헤친다는 의미로 쓰이는 사자성어다. 다시 살아날 수 없도록 아주 뿌리째 없애버린다는 뜻에서 ‘근절(根絶)’과도 상통한다 하겠다. 그렇다면 한자구성은 어찌 되는지 궁금하다.

뽑을 발(拔), 근본 본(本), 막을 색(塞), 근원 원(源)

‘발본(拔本)’에서 ‘본(本)’은 ‘초목의 뿌리’니 ‘뿌리를 뽑다’가 되겠고, ‘색원(塞源)’은 ‘근원을 막는다’일 터. 그래서 전체적인 의미는 일을 올바로 처리하기 위하여 폐해(弊害) 같은 것의 뿌리를 아주 뽑아서 없애 버림이 되시겠다. 즉 다시 후환이 없도록 완전히 처치해 버리는 것을 말한다. 

이 성어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의 ‘소공(昭公) 9년’편에서 주(周)나라 무왕(武王)의 어린 아들인 성왕(成王)이 한 말이다. 백부가 왕위를 찬탈하고자 한 자들을 발본색원하여 주모자를 처벌해준 덕분에 나라를 굳건히 이어 가게 되었노라고. 여기서 백부는 곧 무왕(武王)의 동생이자 주나라의 기틀을 확립한 정치가로 알려진 주공(周公)을 가리키는 것이렷다. 

형 무왕(武王)이 죽었으니 자신이 보위를 이어받아 마땅했음에도 주공은 아홉 살짜리 어린조카 성왕(成王)에게 양위하고 신하되기를 자청했단다. 어디 그뿐인가. 동쪽 끝에 위치한 노(魯)나라를 봉지로 받았으나 어린 성왕을 두고 떠날 수가 없어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선택한 것이 섭정(攝政)이었다. 이렇게 어진 성품의 주공은 주 문공(文公)으로도 불리며 산둥(山東)성 취푸(曲阜)에 봉해져 제후국, 노(魯)나라의 시조로 받들어졌다. 

훗날, 같은 노(魯)나라 출신인 공자(孔子)는 주공을 군자의 표본으로 삼고 성인(聖人)이라 부르지 않았던가. 일평생 흠모하여 본받고자 애썼던 공자가 나이가 많이 들어 고백한 말이 <논어(論語 )>의 ‘술이(述而)’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子曰 甚矣 吾衰也 久矣 吾不復夢見周公。(공자 왈, “심하도다, 나의 쇠락함이여! 오래되었구나, 내가 다시 꿈에서 주공을 뵙지 못한 지가.”)

꿈에서 주공을 본다는 것의 함의는 ‘공자가 그만큼 주공의 도를 회복하고 실천하기 위해 애를 썼음’이다. 여기서 주공의 도란 ‘문(文)’을 의미한다. 헌데, 자신도 이제 몸이 쇠하여 도를 계속 행하지 못함에 대한 회한, 혹은 안타까움이 서려있는 문장이다.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인 거다.

여기서 잠깐!

혹시 고려 말의 충신 정몽주(鄭夢周)를 기억하는가?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이 함께 새로운 나라를 세우자고 설득했지만, 정몽주는 끝까지 고려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지 않았지. 결국 정몽주는 집으로 가는 길에 선죽교에서 방원의 부하에게 죽임을 당했고. 자~ 그의 이름에 주목!! 몽주(夢周)? 연상되는 게 없는가? 혹자는 ‘몽주’라는 이름이 바로 저 ‘술이(述而)’편에서 나왔다고 하더라. 혹자는 그의 아버지 ‘꿈(夢)에 주공(周公)이 나왔다’고 해서 ‘몽주(夢周)’라 지었다고도 하고.

암튼, 공자의 주공에 대한 애틋한 추앙도 그렇고, 정몽주의 이름과 관련된 여러 고사들도 그렇고… 주공이 참 대단한 인물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근데… 이 분위기 뭐지? 하하. 어쩌면 발본색원이 질투할 것도 같다. 오늘의 성어는 분명 발본색원인데, 그 주인공의 자리가 왠~지 ‘주공’에게 넘어온 듯하니.

1 thought on “59일차_발본색원拔本塞源 ”

  1. 발본색원.. 웬지 검찰공화국에서 이런 식의 마인드로 일을 한다고 하면..무서운데요…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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