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일차_연목구어緣木求魚

누군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잡는다고 생각해보라.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인고?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꼴이 아니겠는가. 이럴 때 사용하는 사자성어가 있으니 바로 연목구어(緣木求魚)로다. 들어본 적 있는가?

이 성어는 <맹자(孟子)>의 ‘양혜왕상(梁惠王上)’편에 나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맹자는 늘 그렇듯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설파하던 중이었다. ‘맹자’ 하면 ‘왕도정치’ 아니던가. 무력이 아닌 덕으로 어진 정치를 펴는 것, 그것이 바로 맹자가 지향하는 정치사상이었던 거다. 먼저 이 맥락을 이해하고 맹자가 제(齊)나라 선왕(宣王)과 나누는 대화 속으로 들어가면 상황 파악이 조금 쉬우리라.

선왕이 맹자 앞에서 꿈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자신의 힘이 아직 너무 약함을 탄식하는 거라. 맹자가 그 꿈이 뭔지 물어봐도 선왕은 즉답은 피하고 에둘러만 말하는 기라. 허허… 답답한지고. 하지만 맹자가 누군고? 선왕의 마음을 금세 꿰뚫어보지 않았겠나. 전쟁을 일으켜 주변의 나라들을 야금야금 자신의 지배하에 두려는 속셈 아니가. 그렇게 무력을 이용해 천하를 제패하고픈 꿈이렷다. 

선왕이 하고자 하는 게 뭔지 알아챈 맹자가 선왕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일단 원문은 요렇다. 

“以若所为求若所欲,犹缘木而求鱼也(이러한 방법으로 하고자 한다면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잡는 것과 같습니다)。”

바로 이 문장에서 연목구어(緣木求魚)라는 말이 나왔더라. 맹자가 이 말을 통해 하고자 한 말은 뭐냐? 

“아서요! 절대 안 될 일이외다.”

그러니 연목구어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겠제? 그렇다.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려는 행위를 비유한 말이렷다. 그렇다치고 그럼 이제 한자의 면면을 살펴봐야쥐.

인연 연(缘), 나무 목(木), 구할 구(求), 물고기 어(鱼)

‘연목(緣木)’에서 ‘연(緣)’은 ‘인연’이라는 단어에서 많이 보던 한자인데, ‘연목(緣木)’이 어찌 ‘나무에 오르다’가 되었을까? 사전 상에도 ‘오르다’라는 의미항목은 없는디? 그래서 나의 친구, 중국어 네이티브에게 물었다. 늘 그렇듯이 단어의 모든 의미항목을 꼼꼼하게 찾아보고 의견을 준다. ‘缘’에 ‘~을 따라(沿着)’의 의미가 있으니, ‘나무를 따라 가는 건 나무에 오른다는 의미로 해석한 듯 하다고.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든든한 나의 지적인 벗이다(땡큐~).

가만, ‘연(緣)’에는 그 외에도 또 ‘연유하다, 말미암다’라는 뜻도 있구나. 그렇다면 ‘나무로부터(?)’의 의미가 아닐까나. 그래서 ‘물고기를 구하다’라는 뜻인‘구어(求鱼)’와 결합해서 ‘나무에서(로부터) 물고기를 구하다’가 된 게 아닐까. 맥락 상 그런 의미로 해석하다보니 나중에는 그저 상식에 기대어 ‘나무에 올라서’라는 의미해석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으리라. 음… 일단 ‘~을 따라’나 ‘연유하다’ 그 어느 것으로 해도 결국 ‘나무에 오르다’는 뜻에는 이를 수 있을 듯하다. 

암튼, 맹자가 이런 비유를 써가며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니었을까. 선왕이 가슴에 품은 ‘평천하(平天下)’의 꿈을 물리적인 힘이 아닌 인(仁)과 의(義)로써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가 선왕에게 권하고픈 정치는 이런 모습이려나?

좋은 제도를 만들어 벼슬하고픈 인재들은 잘 선발하고 등용해서 왕의 밑에서 일하게 하고, 농부들은 왕의 밭을 잘 일구면 되고. 또 장사꾼들은? 왕의 시장에서 장사하면 되지? 나그네들도 자유롭게 왕의 땅을 지날 수 있게 하고. 혹여나 왕에게 불만 있는 자들도 언제든지 편하게 말할 수 있게 하고 말이지. 이럴진대 누가 감히 왕과 맞설 수 있겠느냐는 거다. 그리만 되면 굳이 전쟁을 하지 않고도 왕의 꿈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맹자의 말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덕치(德治)요, 가장 이상적인 왕도정치가 아니겠나. 하루가 멀다하고 패자가 수시로 바뀌던 그 대혼란 시대에 그리 행하기가 어디 쉬웠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무력은 안 돼!’를 외치며 왕도정치를 주장했던 맹자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문득 ‘우리에게도 그렇게 멋지게 정치를 하는 어진 지도자가 있었으면’ 하는 이 바람은 헛망일까 싶은 이 마음이 뭐지? 

그래서 연목구어(緣木求魚)의 함의를 정리하자면,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과 방법이 다 잘못되었으니, 그리 하다가는 노력만 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의미인 게다. 이 성어는 우리 일상에서도 심심찮게 사용되는 표현이니 꼭 기억해두면 좋겠다. 다른 바람은 몰라도 이건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