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좋은 일에 쉽게 마음이 들뜰 때가 있다. 그 장면 속 주인공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이 기분 무엇? 음… 진짜루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 그런 행복한 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훈내 나는 풍경 너머엔 어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좋은 일에는 탈도 많기 마련이야.”
내 기억에 좋은 일 앞에서 흥분하며 막 좋아할 때 어른들이 하시던 말이렷다. 혹자는 웬 분위기 깨는 말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좋을 땐 맘껏 좋아하는 게 뭐 어떠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사람들은 그런 믿음이 있었던 거다. 좋은 일에는 꼭 마가 낀다고. 그렇다면, 이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뭐냐? 좋은 일이 있을 때에도 너무 들뜨지 않게 경계하자? 일 테다. 그 의미를 담은 사자성어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오늘의 성어는 ‘호사다마(好事多魔) 되시겠다. 일단 한자의 뜻부터 알려주세욧!!
좋을 호(好), 일 사(事), 많을 다(多), 마귀 마(魔)
‘호사(好事)’는 말 그대로 ‘좋은 일’이다. 그럼, ‘다마(多魔)’는? ‘마귀가 많다?’ 보통은 ‘마가 낀다’고 하지? 그렇다. 그래서 호사다마(好事多魔)란 ‘좋은 일에는 마가 많다’는 의미다. ‘마(魔)’? 음… 누군가의 운명에 찾아오는 ‘마(魔)’라는 것이 인간이 어찌할 수 없다는 뜻에서 ‘악귀’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魔)’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도 있지만, 내재적인 것도 있을 테고.
이 성어가 유래된, 뭔가 드라마틱한 고사를 기대했는데 그런 건 없더라. 이 표현을 사용한 문헌들만 뒤적이다 말았다. 그중 그래도 한국인들 귀에 익숙한 책이 <홍루몽(紅樓夢)>정도 되려나? 중국 고전문학의 백미라고 평가받는 <홍루몽(紅樓夢)>은 청나라 때인 18세기 중엽 조설근(曹雪芹)이 쓴 소설이다. 권문세가인 가씨(賈氏) 집안을 무대로 펼쳐지는 비극의 운명적 사랑을 둘러싼 한 집안의 흥망성쇠를 다룬 작품이다.
중국인들의 눈에는 삼국지에 열광하는 한국인이 놀랍다고 한다. 그런데 홍루몽이 한국에서 인기가 별로 없다는 사실에는 더 크게 놀란다고. 이 말은 <홍루몽(紅樓夢)>이 중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란 얘기겠다. 홍루몽 전문가의 평을 빌리면 중국문화의 정수를 담은 백과사전이자 중국정신을 대표하는 보고(寶庫)란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읽어봐도 좋으리라.
사실 홍루몽은 분량 면에서도 엄청나지만 주제 역시 너무도 다양하다. 그래서 정말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토론이 가능한 작품이다. 등장인물만 480명? 대단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지난 2백여 년 간 중국인들에게 홍루몽은 소설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더라. 만리장성과도 바꿀 수 없는 중국인의 자존심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인 바로 그 홍루몽에서 이 ‘호사다마’가 나오나니. 홍루몽의 다양한 주제 중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거라면 단연 ‘인생무상’일 게다. 홍루몽의 저자인 조설근(曹雪芹)이 이에 대해 언급한 글 속에 호사다마가 있다.
박사과정에 있을 때, 난 전공이 어학이어서 문학수업은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때 홍루몽 전공자들이 그렇게 부럽더라. 그들의 지도교수가 바로 우리나라 최고의 홍루몽 전문가 최용철 교수님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과 모임에서 한 번씩 뵐 때마다 참 좋았더랬다. 만날 때마다 재밌게 해주시던 홍루몽 이야기는 정말 무궁무진했었다는. 유머러스하고 인정이 많으셨던 교수님이 문득 그립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호사다마가 나오는 부분의 번역을 우리 최교수님의 버전으루다 준비했다는. 짜잔~
“속세 중에도 즐거운 일이 있기는 하나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미중부족 호사다마(美中不足 好事多魔)’라는 여덟 글자는 이어져 있으니 순식간에 즐거움이 다하면 슬픔이 생기는 법이다. 사람은 변하고 사물도 바뀌니 결국 허망한 꿈이며 모든 것은 공(空)으로 돌아간다.”
그렇다. 우리 인생에서 그렇게 절대적인 건 없다는 의미일 게다. 그러니 너무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라는 얘기. 또 다른 말로 하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요, 새옹지마(塞翁之馬)일 터. 세상만사가 본래 그렇다는 걸 깨닫는 게 중요하지 싶다. 그러고나면 왠지 마음이 조금 편해진달까. 이유는 모르지만 난 그렇더라.
그래서 마음속으로 다시 되뇌어본다.
미중부족, 호사다마… 美中不足 好事多魔!!
호사다마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고 홍루몽이라는 작품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삼국지가 제일 유명한건줄 알았는데 홍루몽이라는 작품이 잇었네요. 480명의 등장인물이 있으면 .. 와.. 어떤 내용일까요.. 너무 궁금하네요.
홍루몽~^^ 정말 많이 읽히는 근현대 소설이지요. ㅎ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서사가 엄청납니다. ㅎ ‘홍학’이라는 홍루몽만을 연구하는 학파가 생길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