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지기(浩然之氣)’하면 ‘호방함’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지도 모르겠다. ‘호기로움’과 ‘시원시원함’이 연상될 지도. 그렇다. 우리에게 호연지기는 작은 일에 거리낌이 없는 당당한 기운의 느낌인 거다. 산에 오르며 호연지기를 기른다는 말, 자주 들어본 말 아니던가?
호연지기(浩然之氣)의 한자 면면을 보면 그 의미가 직관적으로 느낌이 올 게다. 왠지 마음이 넓~어지는 그런… 누구나 갖고 싶은 그 호연지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넓을 호(浩), 그럴 연(然), 之 : 어조사 지(之), 기운 기(氣)
‘호연(浩然)’은 ‘넓게 그렇게’정도로 해석하면 될까. ‘지기(之氣)’는 늘 그렇듯이 ‘~의 기운’이니 ‘넓은 기운’ 정도 되겠다. 여튼, 이 성어의 사전 상의 의미는 ‘세상에 꺼릴 것이 없는 크고 넓은 도덕적 용기’를 말한다. <맹자(孟子)>의 ‘공손추 상(公孙丑上)’에서 맹자가 한 말에서 나왔다.
우리에게 강건한 기상의 이미지로 각인된 그 호연지기는 맹자님이 아주 잘하셨단다. 하하. 맹자님이 정말 그랬다. 당신이 잘 하는 게 바로 지언(知言)과 호연지기(浩然之氣)라고. 여기서 ‘지언(知言)’이라 함은 편협하고 간사하며 꾸며대는 그런 음탕한 말을 구별할 줄 아는 밝음(明)이 있다는 거다. 그거야 맹자님이라면 충분히 그럴 것 같으니 그렇다 치고. 제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호연지기(浩然之氣)는 뭐냐고.
햐~ 그거 말하기 어려운데… 하시며 운을 떼시더니… 호연지기는 아주 크고 매우 강한 기운이요, 솔직함과 같은 ‘곧음(直)’으로써 길러지는 기상이라고 설명하시더라. 그렇게 만들어진 거라면 작은 체구라 할지라도 거기서 발산되는 기운이 하늘과 땅 사이에 충만해진단다. 하늘과 땅을 꽉 메우게 될 정도로 그렇게 강하다는 얘기인 거다.
맹자님의 말씀을 잘 들여다보니 여기서의 핵심은 바로 의로움과 도(道)에 있더라. 이 말인즉슨 평소 생활하는 가운데 의가 모여져서 만들어지는 것이 호연지기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쩌다 한 번 의로운 행동 했다고 해서 그것을 호연지기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평소에 보이지 않게 행동하는, 마음에 만족치 못하는 것이 있다면 곧 시들고 말 것이라 하지 않나.
알 듯 말 듯… 맹자님 자신도 호연지기를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으니 내가 이해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문자 그대로 해석은 하겠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심오한 그 의미까지 완벽하게 해석해내긴 쉽지 않다. 그런데 이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여일한 일상적 삶 속에서 솔직함과 곧음으로부터 나오는 의로운 기상이야말로 우리 젊은이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라는 것은. 아니, 꼭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런 기운으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이 조금 더 건강해질 것 같지 않은가.
누구나 자기 생을 살아내고자 하면 그 도상에서 정말 많은 일들에 부딪히며 그렇게 흔들리며 가지 않나. 순간순간 마주하게 되는, 꼭 넘어야만 하는 그 무엇들… 그 숱한 걸림돌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힘 혹은 용기가 바로 호연지기라면 나도 갖고 싶다. 그것을 기르면 우주자연과 합일의 경지에 이른다고? 거기까지는 감히 바라지 않는다. 하하. 그저 자기 안에 그 기운을 품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살아가는데 엄청 든든할 것 같다.
저렇게 좋은 호연지기를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산에 가? 아님 정신수련? 하하. 그건 아닌 것 같고. 맹자님이 평소 생활에서 의를 모아야 한다잖나. 의를 모은다는 게 뭔데? 정직함으로 그것을 배양하면 천지에 가득할 것이로다 하셨으니… 각자의 삶에서 바른 마음으로 정도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는 것? 그런 삶의 조각들이 꾸준히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서 그 맑은 기운이 발산된다는 말이 아닐는지. 의도적으로 ‘좋은 일 해야지’가 아니라 그저 삶 자체에서 우러나는 그런 바름이지 않을까?
의로운 삶이라 하면 왠지 무겁고 나는 죽어도 닿지 못할 저 멀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 그런데 호연지기라면 어쩌면 가능할 것도 같은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뭐지? 일상에서 평소 옳다고 여기는 방식대로 꾸준히 행하다보면 그 안에서 좋은 기운은 어쩔 수 없이 스멀스멀 비어져 나오지 싶다. 그거면 되지 않을까. 거창한 그 무언가가 아닌 우리 삶의 기본이 지켜질 때라야 체험할 수 있는 그 무엇, 내 맘대로 이렇게 정의하기로 했다.
기본을 지키는 일, 쉬워 보이지만 절대 만만하지 않은 이것을 계속 놓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되는 아침이다.
‘각자의 삶에서 바른 마음으로 정도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는 것’ 전 이 문장이 마음에 닿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간만에 아는 말이 나와서 너무 신났습니다. 화랑이 호연지기를 했다,.,, 뭔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것 같아요,… 호호연지기 너무 좋습니다. 오늘도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
이 발음은 맘에 드시는지요? 샘ㅎㅎ 전 듣기에도 참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