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일차_천의무봉天衣無縫 

‘결점 없이 훌륭함’을 의미하는 ‘완벽(完璧)’이라는 단어, 요것도 관련 고사가 있는데… 천하의 ‘명옥(名玉)’으로 알려진 ‘화씨의 구슬’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이 얘기 시작하면 또 길어지나니. 참으시오~

완벽, 우리 일상에서 참 많이 듣는 말일 게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리 되고자 애쓰던가. 정말이다. 의외로 이 두 글자에 강박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 터. 바로 완벽주의자들 되시겠다.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완벽하게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한 마디로 인생 참 피곤하게 사는 자들이렷다. 아무튼… 오늘의 성어는 바로 이 ‘완벽’의 다른 이름, ‘천의무봉(天衣無縫)’이다. ‘선녀의 옷에는 바느질 자국이 없다‘는 뜻이다. 갑자기 웬 선녀?

매우 궁금하다는 말로 알고, 그럼 일단 이 한자부터 해체해볼까나?

하늘 천(天), 옷 의(衣), 없을 무(無), 꿰맬 봉(縫)

‘천의(天衣)’는 ‘하늘 옷’, 그러니까 하늘에서 입는 옷쯤 되것쥬? 그렇다. 선녀들이 입는 옷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들이 입는 옷에는 꿰맨 자국이 없다네? 하늘나라는 뭐가 달라도 다른 기라. 사람의 옷은 당연히 솔기도 있고 바느질한 흔적이 있기 마련이거늘. 

이 이야기는 중국 당나라의 우교(牛嶠)라는 사람이 썼다고 전해오는 <영괴록(靈怪錄)>에서 처음 나왔다는군. 그는 아주 박학하고 시명(詩名)이 높았다는데. 허나, 이 사람까진 몰라도 되네. 하하. 설명 안 하겠다는 얘기. 아무튼 이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쓴 ‘쩌어~(기)’ 책의 ‘곽한(郭翰)’편에 나오는 이야기란다.

어느 여름밤, 곽한(郭翰)이라는 젊은이가 정원에서 바람을 쐬고 있는데, 그의 앞에 처음 보는 여인이 홀연히 나타났더라. 곽한이 ‘뉘신데?’하니, 하늘에 사는 직녀(织女)라는 기라. 뭐야? 견우(牽牛)는 어따 두고? 하하.

묘령의 여인이 자기 앞에 짜잔 하고 나타났으니, 곽한이가 궁금한 게 많았겠지? ‘하늘나라는 어떤 곳이냐’부터 시작해서 온갖 것을 다 물어봤겠지. 그렇게 실컷 다 물어봐놓고는 그래도 못 믿겠는 거라. 그래서 하늘에서 온 걸 증명해보라고 하니, 착한 그녀, 직녀가 자기 옷을 자세히 보여주며 하는 말!

“하늘의 옷에는 꿰맨 자국이 없사옵니다. 자~알 보시와요.” 

거기서 유래한 말이 바로 ‘천의무봉(天衣無縫)’이다. 나중에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문장 등이 별다른 기교 없이도 자연스럽게 잘 되어 있음’을 가리킨다. 이 성어는 의외로 우리 일상에서 많이 쓰인다. 특히 예술작품에 대한 비평 글에서 자주 등장한다. 뭐 예를 들어 ‘이 영화의 천의무봉에 가까운 장면은 어쩌고저쩌고… 천의무봉의 액션을 보았다느니…’ 등등. 앞으로 이 성어를 알고 나서 보면 더 많이 보일 게다. 아는 만큼 보이나니!!

‘완벽’과 ‘천의무봉’ 얘기를 하다보니 이런 말이 하고 싶어졌다. 앞으로 살면서 이 ‘천의무봉’이라는 성어는 기억하되, 그 말로 칭찬받는 데는 혹하지 말자고. ‘천의무봉’은 옷이 손댈 필요도 없이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아름답다는 거 아닌가. 그보다 더 완벽한 거 나와보라 해. 그래서 이 성어를 누군가의 타고난 재능 같은 것을 칭찬할 때 쓰게 되면 ‘최고의 찬사’, 즉 극찬(極讚)이 되는 거다. 

그런 칭찬에 한 번 맛들리면 인생이 괴로워지는 법, 늘 천의무봉처럼 되려고 애쓰며 사는 게 어디 가능하겠냐고. 그런데 꼭 그렇게 살려는 이들이 있으니… 잘하려고 노력하는 건 필요하나 너무 완벽해지려고는 하지 말자는 거다. 흠결도 좀 있고, 못 하기도 하고, 그래서 욕도 좀 먹기도 하고… 그러다 노력 좀 하니 또 나아지기도 하고… 그럼, 을매나 행복하겠노. 그렇게 순간순간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자는 거다. 하하. 그리 살아도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지금 이거 누구한테 하는 말? 음… 그건 각자들 생각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