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일차_결초보은結草報恩 

‘결초보은(結草報恩)’은 어렸을 때 동화책에서 다들 읽었을 법한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그 뜻은 ‘죽어 혼령이 되어서라도 은혜를 갚음’이다. 출전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이고. 음… 이 책 처음 듣는다고? 공자님이 엮은 노(魯)나라의 역사서 <춘추(春秋)>를 좌구명(左丘明)이 주석을 단 해설서다. 이 좌씨는 춘추시대 말기의 사학가이면서 정치가다. 또 문학가이기도 했네. 참, 공자님이 춘추시대 그 노나라 출신이라는 건 알쥐? 안다 치고 한자풀이로 고고!

맺을 결(結), 풀 초(草), 갚을 보(報), 은혜 은(恩)

‘결초(結草)’는 ‘풀을 묶다’, ‘보은(報恩)’은 ‘은혜를 갚다’고 이 둘을 합체하면 전체 뜻은 ‘풀을 묶어 은혜를 갚다’렷다. 이 감동스토리 한 번 들어보실라우?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에 위무자(魏武子)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아주 젊고 어여쁜 애첩 ‘소옥(小玉)’이가 있었더라. 그가 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니 소옥이가 너무 안 된기라. 어느 날, 아들 위과(魏顆)를 불러 당부했느니.

“나 죽거든 소옥이를 바로 개가(改嫁)시켜라.”

헌데, 그랬던 위무자가 숨을 거두기 직전에 혼미한 상태에서 다시 유언을 …

“나 죽거든 소옥이를 내 곁에 순장(殉葬)시켜라.”

위과는 고민인기라. ‘개가냐? 순장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결국 소옥이를 그녀의 집으로 돌려보냈더라. 가족·친지·이웃들이 난리난리. 아버지의 유언을 저버린 불효자라고. 위과 왈, ‘아버지의 정신이 맑았을 때 하셨던 말씀이 진심이셨을 겝니다’라고. 현명한 위과여~ 참 멋지구나. 

세월이 흘러 진(秦)나라와 전쟁이 났네?(이건 진시황의 진나라, 이것도 알쥐?) 위과가 부하들을 이끌고 전장에 나갔다가 적군에 포위되어 잡히기 직전, 한 노인이 후다닥 달려와 풀을 열심히 묶는기라. 그러니 어찌 됐겠나? 말을 타고 달려오던 진(秦)의 맨앞 병사들이 풀에 걸려 넘어지니 그 뒤로 뒤집어지고 엎어지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더라. 덕분에 위과는 승리했겠쥐? 

그날 밤, 위과가 꿈을 꾼기라. 꿈에서 한 노인이 나타났는데, 바로 풀 묶기의 달인 그 노인인 거라. 노인이 그런다.

“내가 소옥이 애비요. 내 딸 살려줘서 고마웠소.”

세상에나~ 바로 이 고사에서 ‘결초보은(結草報恩)’이 나왔다는 사실. 다 알고 있었쥐? 하하.  

어렸을 때, 나도 전래동화에서 이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난 감동했으리라. 지금 다시 이 스토리를 들여다보니 아버지의 그 마음이 느껴져서 뭉클해진다. 딸의 목숨을 살려준 사람이니 얼마나 고마웠을까. 죽어서라도 은혜를 갚겠다는 말은 그래서 늘 진심일 테다.  

지난날을 돌아보니, 나에게도 ‘결초보은(結草報恩)’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나 많더라. 그때, 나의 동굴은 생각보다 깊고 어두웠고 아주 길었으니까. 걸어도 걸어도 출구가 보이지 않을 만큼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했던 나의 간단없는 노력들이 무색하게도 점점 심연 속으로 침잠할 뿐 내일은 없었다. 하루하루 깊어가는 우울의 늪 속에서 죄책감도 함께 두터워져만 갔다. 내가 외면하는 세상은 외려 자꾸 두 팔 벌려 나를 불러주었기에…

응답하지 않는 후배에게 끊임없이 안부를 묻는 선배들과 깜깜무소식의 언니가 궁금한 동생들, 밥 챙겨 먹을 리 없는 나를 먹이겠다고 멀리서 주문 배달시켜주는 친구들이 있었고, 늘 따뜻한 눈빛으로 샘을 바라봐주는 학생들이 있었다. 군 입대하던 둘째의 엄마 걱정하는 애틋한 마음이 있었고,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듬직한 혀기와 미니가 있었다. 그리고 그 벼랑 끝에는 이 막내딸의 행복을 바라는 눈물겨운 부모님이 계셨다.  

그러던 어느날, 선배언니가 보낸 노래를 듣다가 너무도 많은 고마운 얼굴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러면서 깨달은 게 있다. 죽고 싶은 사람을 살리는 길이 이거겠다 싶었다. 반응이 없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주는 것, 그러면 귀찮아서라도 또 미안해서라도 응답하겠구나. 누군가는 그렇게 다시 살아질 수도 있겠다 싶은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오늘 문득, 어딘가에 숨어서 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귀찮게 안부를 묻고 싶어졌다. 기꺼이 달려가 내 어깨를 빌려주고 싶어졌다. 내 손 내밀어 함께 걸어보고 싶어졌다. 파란 하늘 올려다보며 나뭇가지에 이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렇게 나란히 앞을 향해 걷고 싶어 졌다. 

내 상실감과 슬픔을, 그리고 불안과 두려움을 가슴으로 이해해주고 기다려줬던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나는 다시… 너무도 고마운 그들에게 나도 저 풀을 묶던 노인처럼 뭐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나의 결초보은(結草報恩)은 어쩌면 끝이 나지 않을지도. 하하

3 thoughts on “46일차_결초보은結草報恩 ”

  1. 결초보은속에 우리 샘의 마님의 모습이 보이네요.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있는 영혼들. 나의 긴 동굴의 시간이 실상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인데.. 우리는 힘들게 느껴지는것같아요. 그래도 그런 동굴의느낌을 같이 알고있는“사람”이라서 징해도 손은 잡고있어야하고.. 어디서뭘하는지는 알고있어야하는..그래야 살아남는것같아요.. 결초보은.. 또 이 소리에 큰 선입견을 가진 저는 왜 이게 한약방의 약초이름 같은지… 이 귀때기의 선입견을 어찌 할꼬 합니다..

    응답
    • 결초보은… 한약방 약초 이름? ㅎㅎ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영혼들… 그 믿음으로 좋은 인연 열심히 찾고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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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결초보은속에 우리 샘의 마님의 모습이 보이네요.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있는 영혼들. 나의 긴 동굴의 시간이 실상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인데.. 우리는 힘들게 느껴지는것같아요. 그래도 그런 동굴의느낌을 같이 알고있는“사람”이라서 징해도 손은 잡고있어야하고.. 어디서뭘하는지는 알고있어야하는..그래야 살아남는것같아요.. 결초보은.. 또 이 소리에 큰 선입견을 가진 저는 왜 이게 한약방의 약초이름 같은지… 이 귀때기의 선입견을 어찌 할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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