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일차_불치하문不恥下問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자성어 드디어 두둥~ ‘불치하문(不恥下問)’이다. 이 성어는 글쎄… 다른 사람들에게도 친숙하려나? 잘 모르겠다. 내 주관적인 느낌이라면 다른 이들도 이 성어가 엄청 다정하게 느껴질 것 같긴 한데. 암튼, ‘불치하문’이라 함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늘 그렇듯이 한자도 함께 볼까나.

아닐 불(不), 부끄러울 치(恥 ), 아래 하(下), 물을 문(問)

‘불치(不恥)’는 ‘부끄럽지 않다’요, ‘하문(下問)’은 글자 그대로는 ‘아래로 묻다’지만, 좀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그 ‘아래’가 지칭하는 범위가 아주 넓다 하겠다. 예를 들어 나이가 어린 사람, 지위가 자기보다 낮은 사람, 배움이 자신보다 짧은 사람에게도 묻는다는 의미인 거다.  그러니까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조차도 배울 게 있는 법,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마라.’ 이것이 공자님의 가르침인 거다. 

이 말은 <논어(論語)>의 ‘공야장(公冶長)’편에 나온다. 공자의 문하에 자공(子貢)이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그는 평소 ‘사람 알아보는 것’을 즐겨했더랬다. 자공이 또 누군가가 궁금했던가 보다. 어느 날 스승님께 위(衞)나라 대부인 공문자(孔文子)에게 ‘문(文)’이라는 시호(諡號)를 내린 연유를 물었더라. 음… 저기요? 이 위(衞)나라는 조조의 그 위(魏)나라와는 다른 나라, 알쥐?(햐… 나라이름이 느무느무 많다) 아무튼, 제자의 이 질문에 공자님이 뭐라 하셨느냐?

子曰 敏而好學 不恥下問 是以謂文也(자왈 민이호학 불치하문 시이 위지문야). 공자가 이르기를, 민첩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며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아 문이라 일렀느니라.

참고로, 시호법에서 ‘문(文)’이라는 시호를 받는 경우는 무수히 많단다. 도덕적이고 박학다식하며 등등… 대충 좋은 건 다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쉽다. 그 많은 항목 중에서 공문자(孔文子)는 ‘실천에 민첩하게 온 힘을 다하고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기에 그 시호를 받았다는 거다. 

이쯤 되니 우리 조선시대에는 어떤 분들이 ‘문(文)’이라는 시호를 받았을까 궁금해졌다.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우암 송시열… 가만, 이황과 이율곡은 오케이, 충분히 받을 만하네. 근데, 송시열? 조선의 17대왕 효종(孝宗)이 죽자 그의 계모 ‘자의대비(慈懿大妃)가 상복을 몇 년 입어야 하느냐’를 두고 윤선도(尹善道)와 죽어라 싸웠던 그 몹쓸 사대부? 백성들은 기근으로 죽든 말든 그 쓸데없는 예법(‘예송논쟁(禮訟論爭)’이라 하지)을 둘러싸고 쌈박질만 해댔던 그 송시열이 시호로 ‘문(文)’을 받았다고라? 절대 반댈세!! 

하긴, 내가 인정하고 말고가 뭐가 중하겠노. ㅠ 이미 역사의 인물인 것을. 음… 그래도? 문(文)이라고 해서 다 같은 문은 아닐 것이야!(뒤끝작렬~). 

‘송시열’이라는 이름 석자에 잠시 흥분했네. 하하. 다시 ‘불치하문’으로 돌아오면, 이 성어는 진정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도 기꺼이 물어볼 줄 알아야 함을 이름이라. 겸허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생은 백 번 겸손해도 부족하다 했으니.

공자님도 실에 구슬 꿰는 법을 몰라서 바느질하고 있던 아낙에게 물었다지 않는가. 배움에는 위아래가 없고, 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잖나. 좋은 점은 본받고 나쁜 것은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스스로 고치게 된다는 뜻이렷다.

나는 늘 학생들에게서 배운다. 수업을 호기심과 영감을 주는 교육의 한 부분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싶다. 강의실이라는 한 공간 안에 있는 친구들의 눈빛, 표정, 호흡까지도 맞춰가며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난 그렇게 늘 학생들에게 ‘배움의 빚’을 지며 살아간다. 참 뻔뻔하지만 감사한 빚쟁이 인생이다. 

마음속으로 ‘불치하문’을 조용히 되뇌며 복받은 내 삶에 고맙다는 말을 수줍게 건네는 밤.

6 thoughts on “41일차_불치하문不恥下問”

  1. 불치하문..호기심이 많은 사람들.. 너무 좋은 말씀이네요..
    불치하문.. 전 요즘 우리 다섯살짜리 아이와 11살짜리 아들에게 많이 묻고 배웁니다.
    불치하문..마음속에 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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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들한테서 배우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어른의 시각에서는 절대 생각 못할 것들이 제 손녀의 입에서 나올 때 저도 진짜 깜짝 놀란답니다. 진짜 어디서든 배움이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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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불(不), 부끄러울 치(恥 ), 아래 하(下), 물을 문(問) 아이들은 철학자입니다. 그래서 불(不), 부끄러울 치(恥 ), 아래 하(下), 물을 문(問)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온 것 같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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