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차_괄목상대刮目相對

괄목상대(刮目相對)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가장 익숙한 사자성어가 아닐까 싶다. 정말? 평소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지극히 평범하던 친구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딴 사람 같이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 ‘아니, 니가 이렇게 똑똑했다고?’라던가, ‘너 이거 언제 이렇게 실력이 늘었냐고?’ 할 때 말이다. 누군가의 학식이나 재주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반응을 끌어낼 정도로 크게 향상되었을 때, 딱 필요한 성어가 바로 괄목상대(刮目相對)다. 

비빌 괄(刮), 눈 목( 目), 서로 상(相), 마주할 대(對)

‘괄목(刮目)’은 ‘눈을 비비다’요, ‘상대(相對)’는 ‘서로 마주함’이다. 그러니까 ‘눈을 비비고 서로 마주보다’, 즉 ‘다시 본다’의 뜻인 거다. 왜 눈을 비비고 보는 건데? 그야, 뭐 믿기지 않으니까. 글치. 그럴 때 있쥐.

이 성어는 우리가 너무도 좋아하는 <삼국지>에서 유래했다. 

위·촉·오, 이 삼국 중 동쪽에 위치한 오(吳)나라 초대 황제 손권(孫權)의 휘하에 여몽(呂蒙)이라는 장군이 있었단다. 비록 집안이 어려워 배움은 짧았지만 뛰어난 무예로 전쟁터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더랬다. 손권은 그의 용맹한 기질과 충성심을 높이 샀는데, 아쉬운 게 딱 하나 있었으니. 바로 여몽의 학식이었더라. 어느 날, 그가 여몽을 불렀다. 

“장군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이제부터라도 그대는 책도 많이 읽고 견문을 좀 넓혀야 하오.”

“전하, 제가 군사업무가 많다보니 여유가 없사옵니다.”

뭐라? 여몽의 태도에 화가 난 손권, 일장 연설이 시작되었으니. 누가 언제 자네더러 모든 경전을 읽고 박사가 되라 하더냐. 업무가 많다고? 나보다 더 많겠냐? 총명한 자네는 배우기만 하면 더 크게 될 터인데, 왜 안 하는고? 장수라면, <손자병법>, <춘추좌씨전> 정도는 깨우쳐야 하지 않겠느냐? 기타 등등.

그러더니 온갖 사람들의 예를 다 들려주는 것이렷다. 공자님은 하루종일 해도 해롭지 않은 것이 배우는 거라 했다는 둥, 한나라 광무제는 군대를 이끌면서도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는 둥, 조조는 또 을매나 책을 좋아했게? 왜 자넨 힘쓰지 않는 건데?

이에 크게 깨달은 여몽, 전쟁터에서도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단다. 그러던 어느 날, 문무를 겸비한 장군이자 정치가인 노숙(魯肅)이 여몽을 찾아와 오나라가 천하통일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겠나. 세상에나… ‘여몽의 이 뛰어난 지략 뭐야?’ 노숙이 깜짝 놀랐다는 거 아닌가. 

肅拊蒙背曰:‘吾謂大弟但有武略耳,至于今者,學識英博,非復吳下阿蒙。노숙이 여몽의 등을 토닥이며 말하기를, 나는 아우가 무예에만 뛰어난 줄 알았는데, 지금 학식이 이리 높은 걸 보니, 그 오나라 어린 여몽이 아닐세 그려.”

蒙曰:士别三日,即更刮目相待。여몽이 이르기를, 선비가 사흘을 떨어졌다 만났을 때는 눈을 비비고 대해야 한다 했습니다.

주목! 원문에는 저렇게 ‘마주할 대(對)’가 아닌 ‘기다릴 대(待)’를 쓰네? 한국에서는 발음은 똑같이 ‘괄목상대’지만, ‘대’의 한자만 살짝 바꿔서 사용한다는 것. 이것도 알아두면 쓸 데 없으려나? 하하. 암튼, 바로 ‘오나라의 여몽이 손권의 권유로 공부를 시작하여 나중에 노숙을 놀래켰다’는 저 고사에서 괄목상대가 나온 거다. 근데, 저 세 인물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손권은 신하를 진정 아끼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준 현명한 군주였고, 그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여몽의 겸허한 자세는 감동이었다. 전쟁터에서도 틈틈이 책을 읽으며 견문을 넓히는 그 성실함이라니. 노숙은 또 어떻고. 아우의 성장에 진심으로 기뻐해줄 수 있는 따뜻한 선배의 모습은 진정 아름다웠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숨 가쁘게 흘러가는 우리 인생길에 저렇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바삐 걷던 길에 잠시 쉼표를 찍고 그 자리에 멈춰본다. 혼자만 달리느라 주변을 돌아볼 새도 없이 그리 살지는 않아야겠기에. 

괄목상대한 누군가를 보며 그 노력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은 이미 충분하다. 그렇다면 여몽과 같이 잠재력을 가진 누군가를 발견하고 앞에서 끌어줄 수 있는 준비는 되었는가?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나의 배움 또한 멈추지 말아야지 다짐해본다. 

3 thoughts on “34일차_괄목상대刮目相對”

  1. 글도 너무 좋지만, 글과 함께 오는 사진이 너무 좋습니다. 글과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아름다운 눈으로 찍으신 사진도 늘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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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글도 너무 좋지만, 글과 함께 오는 사진이 너무 좋습니다. 글과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아름다운 눈으로 찍으신 사진도 늘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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