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호위(狐假虎威), 이 성어가 어느 정도의 난이도인지 잘 모르겠다. 매일 하게 되는 ‘오늘의 고사성어’ 선정 시간이 또 돌아왔다. 전공자의 입장이 아닌 일반인에게 조금은 친숙하고 혹은 낯설더라도 꼭 알아뒀으면 하는 성어 중심으로 고르려고 애쓰는데, 그게 쉽진 않다. 골똘히 생각? 내 학창시절에 분명 학교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를 배웠던 것도 같아서리. 기냥 그 기억에 기대어 오늘은 호가호위로 낙점!
여우 호(狐), 빌릴 가(假), 호랑이 호(虎), 위엄 위(威)
이제 저렇게 나열된 네 개의 한자만 봐도 성어의 대체적인 의미는 추측이 가능할 게다. 맞쥬?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호가(狐假)’는 ‘여우가 빌리다’이고, ‘호위(虎威)’는 ‘호랑이의 위엄’이다. 그러니까 1차적 해석은 ‘여우가 호랑이의 위엄을 빌리다’가 되시겠다. 음… 먼 말인지 알겠다.
이 성어도 전국시대(戰國時代)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중국 역사에서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는 기원전 700년 무렵부터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를 가리킨다. 그중에서 전국시대(기원전 400년 무렵)는 여러 제후국들이 난립해서 서로 패권 다툼을 하느라 매우 혼란한 시기였다. 중원(中原) 지역의 패자(霸者)가 되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던 시절이렷다. 고사성어의 많은 표현들이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건 안 비밀!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출전은 바로 <전국책(战国策)>의 <초책(楚策)> 편이다. <전국책(戰國策)>은 주(周)나라의 정정왕(貞定王) 때(기원전 454)부터 진시황 때(기원전 210)까지 약 240년 동안의 정치, 사회, 그리고 책사(策士)들의 언행(言行)을 기록한 역사책이다. 거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어느 날, 초나라(楚)의 선왕(宣王)이 신하 강을(江乙)에게 물었단다. 북방 오랑캐들이 우리 재상 소해휼(昭奚恤)을 두려워 한다던데 사실이냐고. 이때, 강을(江乙)이 왕에게 들려준 옛날이야기는 또 이렇다.
초간단 요약~
옛날 옛날에, 호랑이가 여우 한 마리를 잡았는데, 그 여우가 호랑이에게 그러더란다.
“나는 천제(天帝)로부터 동물의 왕으로 임명 받은 몸이야. 날 잡아먹겠다고? 그럼 천명(天命)을 어기는 거라 넌 천벌을 받을 긴데? 못 믿겠다고? 그럼 한 번 나랑 같이 밖에 나가볼까? 날 보면 다 달아날 걸. 자, 내 뒤에 서보쇼. 그리하야 호랑이는 여우의 뒤를 따라갔지. 어라? 진짜네? 만나는 짐승마다 여우를 보고는 줄행랑을 치는 거라. 이 바보 같은 호랑이라고. 지를 보고 도망치는 것도 모르고.
결국 신하가 하고자 한 말은 무엇이냐?
오랑캐들이 우리 초나라 재상 소해휼(昭奚恤)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가 초나라의 병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오다. 그러니까 뭐냐. 소해흘의 뒤에는 초나라 군대를 가지신 왕께서 떡하니 계시기 때문이오이다.
이 고사로부터 호가호위((狐假虎威)가 나왔단다. 살다보면 이런 경우 많이 보지 않나. 자기 스스로는 힘이 없지만, 뭔가를 내세우고는 싶은… 그래서 결국엔 타인의 세력을 빌려서라도 뭔가 어깨 으쓱하며 살고 싶은… 그것을 우리는 ‘허세’라 부른다. 이런 경우도 있으리. 권력자의 총애를 등에 업고 제 것인 양 권력 남용하는 그런 부류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 씁쓸해진다. 저이들을 대신해서 쓸쓸해지고.
그러니 난 그렇게는 살지 않아야지 한다. 그렇게 쓸쓸한 모습으로 내 생이 기억되는 건 싫으니까. 그냥 힘이 약하면 약한 대로, 비루하면 또 비루한 대로 그런 모습의 나조차도 사랑해주며 그렇게 살아가야지 한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표면이 심연인 듯’ 그렇게…
이 글을 끝내려다가 또 장난기 발동~ 한동안 엄청 많이 회자되었던 유행어 한 문장 소환해보자.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한국 남자들이 애용하는 말 중에 하나가 아닐까? 이 ‘가오’라는 말. 다 아시쥬? 이 ‘가오’가 일본어로 ‘かお’, 한자로는 ‘顔(얼굴 안)’, 그 뜻은 ‘얼굴’이라는 거. 그럼, 이것도 아시나요? 호랑이가 우는 소리도, 일본어 발음으로 ‘가오’라는 걸?
정말 신기하다. 우리 오늘 ‘허세’라는 의미의 ‘호가호위’ 배우던 중이었는데, 호랑이가 우는 소리도 ‘가오’라니, 세상에나~ 근데, 호랑이 우는 소리는 가오오(Gaoo)… 장음이란다. 긴~ 소리.
알아두면 쓸데없는(?) ‘가오오(Gaoo)’를 꺼내본 건, 귀여운 ‘허세’가 때론 필요할 때도 있으니, 그런 허세는 오케이~ !!
가오가 호랑이우는 소리가 가오라고요.. 호가호위가 그러니까 연줄을 타고 , 빽을 믿고 저거한다는 말인가요? 쉽게 말하면.. ??? 호가호위하면 말은 되게 좋은말 같은데 알고보면 좀 저거한 말이네요..
정말 신기한 게 글을 쓰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것들과 연결이 될 때가 있어요. 사실 호가호위라는 이 ‘허세부리다’라는 얘기를 하던 중에 떠오른 가오… 기가 막히게 호랑이랑 연결이 돼서 그냥 웃자고 마지막에 살짝 얹은 거.
호가호위… 그 뜻은 좀 저거(??)한 거 ㅎㅎ 맞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