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동풍(馬耳東風)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마이 아파?'(하하. 어떤 개그맨이 고사성어 퀴즈에서 이렇게 답하더라?ㅎㅎ) 글쎄, 이게 먼 말이고? 오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실라우? 이번 성어만큼은 더더더 그랬으면 좋겠다. 그럼, 바로 한자풀이부터 시작해보자.
말 마(馬), 귀 이(耳), 동녘 동(東), 바람 풍(風)
‘마이(馬耳)’는 ‘말(馬)의 귀(耳)’다. ‘동풍(東風)’은 ‘동쪽(東)에서 불어오는 바람(風)’이다. 봄바람이겠군. 순우리말로는 ‘샛바람’이겠고. 뭐 그렇다고요. 하여튼 말 귀에 제아무리 따뜻하고 보드라운 봄바람이 불어온들 말이 아랑곳이나 하겠냐고. 그래서 이 성어는 말이 동풍에 꿈쩍 않듯이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냥 흘려보냄’을 이르는 표현인 거다.
그렇다면, 이 성어는 어디서 유래한 것인고? 오늘은 그 유명한 중국 당(唐)나라 때의 ‘낭만주의’시인 이백(李白)을 소환해야겠다. 이백의 자(字)는 태백(太白)이다. 그래서 이태백(李太白)이 더 익숙한 사람도 있을 테다. 그는 한국에서도 나름 유명한 중국 최고의 시인이니까. ‘시선(詩仙)’으로 불린단다. 중국의 당나라 때 이백과 쌍벽을 이루던 시인 한 명이 더 있었으니, 바로 ‘현실주의’ 시인이라 일컫는 두보(杜甫)다. 이 두 시인의 이름 정도는 알아둬도 되지 싶다. 참, 두보는 시성(詩聖)으로 불린다.
그 엄청난 시들을 남긴 이백의 인생도 그리 평탄치만은 않았다. 당시 부패한 당나라 정치에 불만이 많았던 그는 자신이 꼭 제대로 쓰이길 바랐으나 43세라는 늦은 나이에 임금의 부름을 받는다. 그마저도 환관과 권문귀족들의 모함을 받아 1년 만에 궁정에서 쫓겨났으니… 이후 그는 다시 기나긴 방랑의 길을 떠나게 되지 않던가. 자신의 재능이 세상에 쓰이지 못함을 한탄하는 시도, 술 권하는 시도… 그의 작품에서는 왠지 모를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이유일 게다.
그가 1년 만에 관직에서 물러나 있을 때 그의 친구 왕십이(王十二)가 보낸 편지에 답한 시에서 바로 마이동풍(馬耳東風)이 나왔다. 그 시의 일부를 여기에 옮겨왔다.
吟詩作賦北窗里(음시작부북창리),북쪽 창가에서 시를 읊고 글을 짓는다지만
萬言不直一杯水(만언부직일배수),만 마디 말이 한 잔 술보다 못할 때가 있느니
世人聞此皆掉頭(세인문차개도두),세상 사람들은 이 시를 듣고 모두 고개를 내젓누나
有如東風射馬耳(유여동풍사마이)。마치 동풍이 말 귀에 스치는 것과 같도다.
추운 밤에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생각이 많아진 왕십이(王十二)가 친구 이백을 떠올리며 보낸 시 한 구절을 읽고, 뜻을 펴고자 하나 세상이 알아주지 않음을 한탄하는 부분이다(전체 시는 엄청 길다). 처지가 비슷한 친구를 위로하며 함께 푸념한 거려나? 저 마지막 문장을 보라. ‘동풍이 말 귀에 스치는 것’과 같이 아무리 얘기를 해도 세상 사람들은 자기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말이다.
이 얘길 하다 보니 대학 때 이백의 시 중에 열심히 외웠던 부분이 떠오른다. 제목이 ‘장진주(將進酒)’였던가? 바로 이 구절이렷다! 이 구절은 너무 유명해서 웬만한 기업의 CEO분들은 한 번씩은 칼럼에서 언급했을 법도 한데…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내게 준 재능은 반드시 쓰임이 있으리.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가? 이백은 술을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이 시의 제목도 ‘술을 권함’이라는 뜻을 갖는 ‘장진주(將進酒)’다. 휘영청 둥근 달 아래서 술을 마시며 저 시를 읊고 있는 이백이 보이는 것도 같다. 지금은 이렇게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언젠가는 이 재능이 쓰일 곳이 있으리라고 굳게 믿으며 말이다. 그 누구라도 지금 앞이 보이지 않거든, 내가 너무 작게 느껴지거든 이 시를 한 번 소리 내어 외워봄이 어떠할지. 그리고 다시 힘을 내는 거다. 꼭 그날은 올 거니까.
이제 추스르려 했거늘… 이거 하나만 더!!
우리 속담에 ‘소 귀에 경 읽기’가 있는데, 사자성어로는 ‘우이독경(牛耳讀經)이다.
소 우(牛), 귀 이(耳), 읽을 독(讀), 경전 경(經)
이 표현도 ‘마이동풍’과 마찬가지로 경청하지 않는 상황을 비꼬아 하는 말이렷다. 함께 기억해두면 좋겠쥬? 하하.
오늘 한자가 좀 많네. 지송~^^
마이동풍과 우이독경하고 말을 듣지않는다는 뜻인데 그럼 의미도 같나요? 우이독경은 알아듣지못하는 사람에게 말을 하는거고 마이동풍은 알아듣는데도 고집을 부리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아닌가요? 왜 우이독경은 좀 답답하고 마이동풍은 내 뜻대로 간다..이런 느낌인지..
샘의 느낌 비슷해요. 그런 뉘앙스의 결이 조금씩 다들 수 있지만..큰 틀에선 비슷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