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도난마(快刀亂麻)? 많이 들었는데… 정확한 뜻은 몰라도 대충은 알 것 같은 그런 성어가 있다. 쾌도난마도 그중 하나일 테다. 일상에서 정말 많이 쓰는 표현이니까. 일단 ‘쾌(快)’라는 단어 자체에서 주는 느낌은 경쾌하다. 시원시원하다. 거기에 ‘즐거운 느낌’까지를 얹고 싶으면 대놓고 ‘쾌락(快樂)이다. 음… 또 어떤 단어가 있더라? ’쾌남(快男)이 있다. 어떤 남자? 성격이나 행동이 꿍하지 않는 시원스럽고 쾌활한 남자다. 똑똑하기까지? ‘쾌(快)’는 대충 이런 느낌인 거다.
쾌할 쾌(快), 칼 도(刀), 어지러울 난(亂), 삼 마(麻)
‘쾌도(快刀)’의 ‘쾌’는 ‘잘 들다, 날카롭다’의 뜻이다. 그래서 사전적 정의는 ‘꽤 잘 드는 칼’이다. 그럼 ‘난마(亂麻)’는 뭐냐? 바로 ‘어지럽게 엉켜있는 삼실’이다. ‘갈피를 잡기 어렵게 뒤얽힌 일이나 사태’에 대한 은유다. 그래서 이 둘을 합체하면, ‘잘 드는 칼로 헝클어진 삼실을 자른다’는 뜻이 된다.
이 성어는 중국 남북조시대에 북제(北齊)를 세운 문선제(文宣帝)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문선제의 이름은 고양(高洋), 그의 아버지는 동위(東魏)의 효정제(孝靜帝) 때 승상으로 있던 고환(高歡)이다. 어느 날, 아비는 자식들의 능력이 궁금했던가 보다. 대뜸 어지럽게 뒤엉킨 실타래를 아들들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풀어들 보거라!”
그러니까 그 뒤죽박죽인 실뭉치를 자~알 정리해보라는 거렷다. 그랬더니 큰아들은 세월아 네월아 한 가닥 한 가닥 뽑느라 고부라졌다. 우짤까나. 그럴수록 더 엉키기만 하네. 작은 아들은 일단 실타래를 양분한 다음 다시 헤치며 정리를 해나가는데… 음… 이 방법도 아닌 거 같은디. 그때, 또 한 아들 고양(高洋)이 갑자기 칼을 뽑아 단번에 그 엉킨 실타래를 잘라버리는 게 아닌가.
“亂者須斬(난자수참)” 엉킨 것은 모름지기 베어버려야 해!
그렇게 몇 번을 칼로 더 짧게 자르고 나니 삼실 정리가 그렇게 쉬워졌다네? 그러니 아버지의 칭찬이 쏟아진 건 말해 무엇하리. 여기서 유래한 쾌도난마(快刀亂麻)는 ‘일 처리가 과감하고 거침없어 복잡한 문제가 오히려 순식간에 해결되는 상황’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서양의 고대 그리스에도 이와 비슷한 일화가 있더라. 북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풀었다고 전해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을 들어본 적 있는가. 통상 ‘풀기 힘든 어려운 문제나 복잡한 상황’을 상징하는 그 매듭 말이다.
프리기아의 왕 고르디우스가 마차에 얼키설키 매듭을 묶어놓고는,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나톨리아(소아시아, 지금의 튀르키예 지역)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지. 수많은 사람들이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 그것을 푼 인물이 바로 알렉산더 대왕. 그가 어떻게 풀었느냐? 바로 ‘쾌도난마’지. ㅎ 그냥 칼로 냅다 잘라버렸다고. 그렇다. 세상 복잡한 상황을 해결해야 할 때, 지적 역량도 물론 필요하지만, 의외로 단순한 게 답일 때가 있다. 거기엔 결단과 용기가 필수겠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그럴 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쾌도난마(快刀亂麻)! 해보자는 거다. 이렇게 단순한 접근법이 외려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잊지 말자는 거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는 걸.
맞아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주 쉬운데 우리가 그걸 잘 못해요..잘 읽었습니다.
아는 걸 다 실천까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쵸. 샘~ ㅎ
그걸 못하니 늘 힘든 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