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차_천재일우千載一遇 

일천 천(千), 해 재(載), 하나 일(一), 만날 우(遇)

‘천재일우(千載一遇)’에서 ‘천재(千載)’란 ‘천년’이다. 여기서 ‘재(載)’는 ‘해 년(年)’으로 이해하면 쉽다. 그리고 ‘일우(一遇)’는 ‘한 번 만나다’이고. 그러니까 전체 뜻은 ‘천 년에 한 번 만나다’가 되는 거다. ‘천 년에 한 번이나 올까말까한, 그렇게 만나기 어려운 기회’를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가 나온 맥락을 찾아 늘 그렇듯 또 중국어 원전을 뒤진다. <문선(文選)>은 중국 양(梁)나라의 태자였던 소통(蕭統, 소명태자라고도 부르지)이 진·한(秦·漢)시대 이후의 제(齊)나라와 양(梁)나라의 대표적 시문을 모아 엮은 책이다. 여기에 수록된 〈삼국명신서찬(三國名臣序贊)〉은 원굉(袁宏)이라는 동진(東晉)의 문장가가 삼국지에 나오는 세 나라, 즉 위(魏), 촉(蜀), 오(吳)의 신하 20여명의 일생을 기록한 글이다. 그중 위나라 조조(曹操)의 신임을 받는 책사였던 순욱(荀彧)을 예찬하며 쓴 글에서 바로 이 천재일우(千載一遇)가 나온다. 


夫萬歲一期(부만세일기), 有生之通途(유생지통도), 千載一遇(천재일우), 賢智之嘉會(현지지가회)。遇之不能無欣(우지불능무흔),喪之何能無慨(상지하능무개)” 무릇 만 년에 한 번 만남이 생의 탄탄대로요, 천 년에 한 번 만남이 현군(賢君)과 명신(名臣)의 귀한 조우(遭遇)이거늘. 그것을 만나 어찌 기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을 잃고 어찌 슬프지 아니하겠는가.

이 문장을 지금의 언어로 다시 해석해보면 이런 말일 게다. 

“만 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만남이 앞날의 평탄한 길을 보장하는 것이라. 천 년에 한 번 올까 싶은 만남이 어진 임금께서 현명한 신하를 만난 것이라. 이럴진대 그 기회가 오면 얼마나 기쁠 것이며, 그 기회를 잃고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

여기서 현명한 군주(賢君)는 조조를, 뛰어난 신하(名臣)는 순욱을 가리킨다 하겠다. 원굉은 위나라의 군주였던 조조의 휘하에서 가장 뛰어난 참모로 평가받은 순욱과의 만남이 천 년에 한 번? 좀처럼 오기 힘든 기회였음을 얘기하고자 한 것이라. 헌데, 역사의 아이러니여! 조조를 삼국 중 가장 강력한 위나라의 제후로 만드는데 기여하고도 결국 버림받은 순욱의 얄궂은 운명이라니…

여기서 잠깐!

천재일우가 나오는 그 문장 앞쪽에는 또 이런 말이 나온다. 이 문장이 핵심이지 싶다. 

夫未遇伯樂(부미우백락),則千載無一驥(칙천재무일기)…” 대저 백락을 만나지 못한다면, 천 년에 한 필의 천리마도 나오지 않으리라. 

‘백락(伯樂)’은 말을 감별하는 사람의 이름이고, ‘기(驥)’는 ‘천리마’를 뜻한다. 아무리 천리를 달리는 명마(名馬)라 할지라도 그 능력을 알아보는 백락(伯樂)을 만나야 세상에 알려진다는 말이다. 결국 사람의 재능도 그것을 알아봐주는 백락 같은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는 의미인 거다.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말이 있다. 흔히 사람됨(인재)을 알아보는(찾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이 세상에는 인생에서 뭔가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재능을 타고나면 타고난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간다. 

열심히 산다고 다 기회를 얻느냐? 그렇지 않으니 슬픈 거다. 숱한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생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얼마나 멋진가 말이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재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다 인생에서 꼭 한 번은 자신만의 백락을 만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끝내 백락을 만나지 못한다 해도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이 말을 믿어보면 어떨까?

“과정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2 thoughts on “24일차_천재일우千載一遇 ”

  1. 너무 멋진 고사 성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백락들을 만났습니다. 우리 샘도 저의 백락중에 한분이시죠.. 인생은 과정이고 그과정에서 나에게 많은 백락이 있다는것이 가장 성공한 거 아닌가 합니다. 오늘도 샘의 글덕분에 한뼘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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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샘~ 많은 백락들을 만나시다니~^^ 거기에 저도 끼워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게도 샘은 아주 훌륭한 백락이 맞습니다. 늘 감사한 마음이지요. ㅎ 오늘도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셔도 기뻐요~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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