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명상 일기: 셋

2024년 7월 27일의 저녁 명상

정말 오랜만에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를 소리내어 읽는다. 시 명상이라고 해야 하나. 시를 읽으면 내 마음이 편안해질까 싶은 아주 소박한 바람에 기댄 채.

방안에 차분하게 울려퍼지는 내 목소리에 내가 취한다. 마치 나도 기도하고 있는 것 마냥 경건해지는 이 느낌은 뭐지?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라더니.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평화가 살포시 고개를 든다.

오래된 기도 /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from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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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유를 갈망하면 할수록 타자의 시선에 갇히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불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선은 결코 타자가 만드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만든다는 것. 내 속에 지옥이 있다는 거다. 

누굴 탓하랴. 내가 범인인 것을.

내 안에 깃든 불안을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나’라는 존재가 편안해질 방법은 거의 없다. 그저 이렇게 부족하고 가엾은 나를 조금 더 토닥이며 사랑하는 수밖엔. 

내일 아침에는 일찌감치 밖으로 나가 걸어봐야겠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깊은 숨을 천천히 들이마셔보자. 인간의 언어일 뿐인 ‘더운 여름’에 갇혀 내 행동의 반경을 좁히지는 않아야겠다고 야무지게 다짐하는 밤…

오늘 하루도 내 불안에게 말 걸고 동행하는 법을 배우고자 애쓴 나에게 토닥토닥~

이제 눈을 감고 감사기도를~